국민연금, 홈플러스서 9천억원 미수

2025-03-19 13:00:21 게재

후순위 채권이라 회생 못하면 날릴 판 … 향후 ‘적대적 M&A’ 투자는 중단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투자한 국민연금은 원금과 이자 등 9000억원을 더 돌려받아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실패하면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드러났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MBK로부터 현재 받아야 할 돈이 얼마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9000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상환 받을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계약상으론 그렇다. 실질적으로 홈플러스가 잘 회생되고 여건이 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5826억원, 보통주로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원금 942억원과 이익금 2189억원을 합쳐 3131억원을 회수했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특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이다. 즉, 투자금을 채권처럼 안전하게 상환 받을 수 있으면서도, 회사 인수 후 주식을 취득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인수 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약 7000억원을 중순위 조달로 채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MBK는 SPC를 설립해 R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국민연금 등 기존에 거래해온 기관투자자들에게 만기 5년에 배당 3%, 만기이자율 연 복리 9% 등 당시 저금리였던 시장 상황과 비교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기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건도 포함됐다.

윤한홍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현안 질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자금 회수 가능성이 확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인수 당시 홈플러스에 직접 투자한 게 아니라 SPC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에 비해 변제 순서가 후순위로 분류된다. SPC가 홈플러스에서 발행한 RCPS를 자본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1조2000억원을 빌려준 메리츠금융그룹 등 선순위 채권자와 달리 법정관리를 통한 부채탕감 등으로 인해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다.

서 본부장은 또 그간 MBK에 투자한 총 금액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MBK와 거래 관계를 형성해 11개 펀드에 투자, 2조원 정도를 출자했고 1조3000억원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본부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는 MBK에 투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목적이나 방향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자산을 매각해 (차익을 얻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에는 거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월 MBK의 블라인드펀드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원칙은 다른 사모펀드(PEF)와 운용계약을 체결할 때도 반영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일괄 선정 절차를 통해 지원한 15개사 중 MBK를 포함한 상위 4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통상 최종 선정 이후 2~3개월 내 계약이 체결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MBK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 7개월가량 투자 여부를 검토했다. 적대적 M&A에 자금을 대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측은 “적대적 M&A 투자에 관한 사례 검토 및 자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조율하면서 최종 계약이 지연됐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사모투자 업계를 비롯한 전반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기금이 투자할 사모펀드 계약과 정관에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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