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안 만났다” 꼬이는 해명…오세훈·홍준표도 이재명 닮은꼴?

2025-03-20 13:00:03 게재

‘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선거법 항소심 26일 선고

‘명태균 게이트’ 연루된 여권 주자들도 ‘곤혹’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며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을 선고받았다. 비리 연루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로 판명되며 유죄 판결이 나온 것.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게이트’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올해 만약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명태균 게이트’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대장동 게이트’와 거리를 두기 위해 했던 발언으로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명태균씨 관련 발언은 어떻게 될까.

현재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오 시장과 홍 시장은 명씨의 계속되는 ‘공격’에 ‘강력 부인’에서 ‘일부 인정’으로 조금씩 말을 바꾸고 있다. 만남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는가 하면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는 말도 번복하고 있다.

민주당, 홍준표-명태균 카톡 대화 공개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진상조사단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명태균씨가 주고받은 카톡 대화를 공개하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홍준표 “통화한 적 없다→안부 전화 한번 했다” = 홍 시장은 명씨가 자신을 저격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도대체 만난 일도 없고 전화 통화한 일도 없는 가짜인생 명태균 여론조작 사기사건에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황금폰에 내 목소리나 문자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명씨와 통화한 적 없다고 딱 잡아떼던 홍 시장은 이후 “내 기억에 딱 한 번 있을 것”이라면서 말을 바꿨다. 홍 시장은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과 단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라며 “정권 교체 후 딱 한 번 전화 받아준 것은 단순한 안부 전화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만난 적 없다는 주장이 무색하게 두 사람이 같은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다음날 공개됐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2014년 3월 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에서 개최한 ‘제2회 창조경제 CEO 아카데미 조찬회’에서 홍 당시 경남도지사가 축사하는 옆 단상에서 사회를 보는 명씨가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7일에는 홍 시장과 명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나왔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5일 명씨가 홍 시장에게 ‘생신 축하드립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홍 시장은 ‘땡큐’라고 답했다. 2023년 7월 10일에는 명씨가 ‘무덥고 습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라고 보낸 메시지에 홍 시장이 ‘명 사장 요즘 어떻게 지내나’라고 답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누구라도 카톡 오면 의례적인 답장을 하는 게 통례인데, 민주당에서 공개한 그게 무슨 죄가 되냐”며 “내가 ‘명태균을 모른다’고 한 일이 없다. ‘알지만 그런 사기꾼은 곁에 둔 일이 없다’고 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모른다고 한 일이 없다고 하면서 스텝이 꼬인 분위기다.

◆오세훈 “2021년 1월 2번 만난 게 전부→2월 중순까지 끊어내는 과정” = 오 시장도 명씨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오 시장은 명씨를 직접적으로 만난 것은 2차례에 불과하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명씨는 처음에는 오 시장과 4번 만났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총 7번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씨측 변호인에 따르면 명씨는 오 시장과 2021년 1월 20일·23일·28일, 2월 중순 등에 서울 중식당, 청국장집, 장어집, 오 시장 당협사무실 등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2021년 1월에 2번 만난 게 전부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1월 이후에도 명씨가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지만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당시 캠프에서 실무를 총괄하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보냈다는 것이 오 시장 측 설명이다. 강 전 부시장이 명씨를 만나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얘기를 들었으나 조사 신뢰도가 떨어져 이후 명씨의 접근을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과거보다 조금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출연한 YTN 라디오에서 ‘2021년 1월에 끊어냈다고 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오 시장은 “끊어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1월 말부터 한 2월 중순까지 계속 캠프 근처를 맴돌면서 자기 여론조사를 사라고 해서 그런 사람들이 쉽게 포기 안 한다. 그래서 끊어내는 과정은 좀 있었다”고 말했다.

‘1~2월에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었겠다’는 질문에는 “2월 중순까지는 계속해서 끊어내는 과정이었고. 1차로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까 1차로 당신 물건 안 산다 했던 게 1월 말경이고 2차로 계속 와서 이야기해서 끊어냈던 게 2월 중순 정도로 되는 걸로 정리가 된다”고 답했다.

‘1월에 2번 만남이 전부’라고 확언했던 발언에 조금씩 금이 가는 모습이다. 한편 20일 오전 검찰은 명씨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고발 사건에 대해 오 시장의 서울시청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재명 ‘김문기씨와 골프 안 쳤다’는 허위사실” = 이재명 대표도 ‘몰랐다’ ‘같이 골프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가 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15일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한 발언 중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으나, 이후 국민의힘이 이 대표가 김씨와 2015년 1월 해외 출장을 간 사진을 공개하고 함께 골프도 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커졌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를 ‘몰랐다’고 발언한 것은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지만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불법 행위라고 봤다.

한편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모든 거래를 위임하고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뒤집는 정황들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도이치 사건은 불기소 처분해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지난 13일 헌재에서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적절히 수사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는 평가하지 않았다.

헌재는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범행에 김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음을 언급하며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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