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세훈

2025-03-20 13:00:07 게재

토허제 35일만 번복 “무능”

“찬탄 오해” 해명 “무소신”

검찰, 오 시장 공관 압수수색

여권의 유력 차기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오 시장을 향해 “무능” “무소신” 비판이 잇따른다. 검찰 수사까지 오 시장을 압박한다.

오 시장은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35일 만에 번복하고 허가구역을 더 넓히는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달 일부 지역을 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가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빚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검찰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루된 여론조사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 모습.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여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오 시장이 4선 서울시장의 위세를 과시하려다가 오히려 무능함만 드러낸 꼴이 됐다. 이번 번복 사태는 무능 시비를 불렀다는 점에서 대선주자 오세훈에게는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에는 ‘말 바꾸기’ 논란을 자초했다. 오 시장은 TV조선 ‘뉴스9’에 나와 자신을 찬탄파(탄핵 찬성)로 분류하는 건 “오해”라고 밝혔다. 그는 찬탄파로 해석된 자신의 SNS 글에 대해 “탄핵소추를 통해 헌재의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사태 수습 방법이란 취지였는데 이걸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국민은 여태껏 오 시장을 찬탄파로 알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뒤늦게 “오해”라고 해명한 것. 강성 보수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읽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리더십은 우리측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며 오 시장의 ‘오해’ 발언을 저격했다. 친한(한동훈) 인사도 19일 “오 시장이 말 바꾸기를 하면서 ‘무소신’ ‘기회주의자’ 이미지만 재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20일 오전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 오 시장 집무실과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실시 후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 모씨에게 조사 대금을 받은 의혹을 수사 중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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