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균형잡힌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2025-03-21 13:00:01 게재

미국과 중국 증시가 지난 2년과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S&P 500 지수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24%, 23% 상승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해 왔다. 하지만 올해들어 지난 2월 역사적 고점 기록 대비 9% 하락한 상태다. 반면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021년 9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작년 9월까지 3년간 30% 가까이 하락하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작년 저점 이후 현재까지 25% 이상 올랐고 여전히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이 나타난 것은 무엇보다 양국 증시에서 나타났던 밸류에이션 부담과 매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고점 기준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는 24배로 10년 평균 18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 상해종합지수의 작년 9월 저점에서의 PER은 10배 이하로 떨어져 10년 평균 약 11배를 하회했는데, 이러한 차이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이어지며 양국 증시의 방향성을 바꾼 셈이다.

미국 주식시장만 오르는 예외주의 흔들리며 중국 증시 등 상승

일단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빨라진 미국 우선주의의 강화와 관세 전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기업 실적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OECD나 대형 투자은행들은 관세 전쟁의 양상을 반영하여 미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OECD의 경우 최근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렸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의 수정 전망치는 OECD보다도 훨씬 낮은 1%대 중반에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미국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과잉 투자 우려를 반영한 기술주 하락이 증시 전반의 하락을 이끌기도 했다. AI 관련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구조적 측면의 의심과 중국 AI 업체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모델 개발 성공 소식 등이 어우러져 엔비비디아, 구글 등 그 동안 관련 분야에서 넘지 못할 강자로 평가되던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반면 중국 증시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부동산 거품의 붕괴,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잇따른 악재로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일단 2024년 1500억위안 규모로 시작된 소비 부양 정책이 2025년 3000억위안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플러스(AI+) 전략이 공식 발표되었으며, AI 산업 표준화를 위한 지침을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내수 부양 및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 금융 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산업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 만한 요인이다.

반면 중국경제는 부동산 시장 불안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의 소외 가능성 등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각 소비와 대출 태도, 그리고 투자와 수출 측면에서 중국경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한국 등 다른 증시로 시야 확대해 포트폴리오 구축할 때

밸류에이션 부담과 매력이 뚜렷한 두 시장에서 이를 강화할 만한 소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증시, 특히 대형 기술주에 집중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중국과 한국 등 다른 증시로 시야를 확대해 조금 더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