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8700㏊ 태운 산불진화 ‘난항’

2025-03-24 13:00:23 게재

인명피해 13명, 건물 162동 불타

주민 1485세대 2742명 긴급대피

지난 21일부터 발생한 전국 동시다발 산불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으며 2742명이 긴급 대피했다.

계속되는 산불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운람사와 인근 산림이 산불에 폐허가 된 가운데 산불이 번져나가고 있다. 의성 연합뉴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기 기준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김해, 울산 울주, 충북 옥천 등 5곳에 중·대형 산불이 발생해 진행 중이다.

현재 피해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의성이다. 지난 22일 오전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3일째 계속되고 있다. 24일 오전 산불 진화작업이 재개됐으나 이날 낮 초속 11m의 강풍이 예고돼 있어 인근 안동지역 등으로 확산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북 의성 산불은 22일 오전 11시 25분쯤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해 불길(화선) 길이가 90여㎞에 육박할 정도로 확산했다. 이날 의성군에서는 안계면과 금성면 등 2곳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면서 의성군 전체 산불 현장에 헬기 59대, 인력 2602명, 장비 318대 등이 투입돼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전 9시 기준 진화율은 65%다. 진화율은 한때 70%대까지 높아졌다가 2%대까지 떨어지는 등 오락가락했다. 9시 현재 전체 화선 길이가 94.9㎞, 산불영향면적이 5700㏊에 달했다. 잔여 화선은 안평면이 27.4㎞, 안계면이 10㎞에 이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불이 마을로 확산하면서 주민 829세대 1801명이 의성실내체육관과 인근 경북 안동 안동도립요양병원 등으로 대피했다. 이 중 340세대 1127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주거시설에 남아있다.

주택 사찰 공장 등 116동이 불에 탔다. 23일에는 인근 송전 선로 55기 송전이 일시적으로 멈췄으며, 상주영덕고속도로 서의성나들목에서 안동분기점 구간 양방향이 통제되기도 했다.

경남 산청 산불은 진화 과정에서 지원 나온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불 진화 중 역풍을 만나 불길에 갇히면서 벌어진 사고다. 함께 투입된 산불진화대원 6명도 다쳤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사망자 4명이 발생한 건 1996년 경기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진화를 위해 헬기 36대를 비롯해 인력 2341명, 진화차량 249대를 투입했지지만 역부족이었다. 진화율은 산불 발생 4일째인 24일 오전 6시 현재 70%다. 남아있는 화선이 14.5㎞나 되는 데다 이날부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주민 515세대 793명이 동의보감촌 등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 대피했다. 아직까지 500세대 778가구가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한때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도 이곳까지 다가온 불길을 피해 다른 시설로 대피해야 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6시 기준 진화율은 69%, 남은 화선은 4㎞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바람 세기가 오후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보고 한낮이 되기 전 완전 진화를 목표로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했다. 현장에는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뿐만 아니라 울산 나머지 자치구 공무원 등 모두 1700여명이 동원됐고, 해병대 등 군부대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이 불로 99가구 117명의 주민이 인근 온양읍사무소와 5개 경로당에 분산 대피해 있다. 산불 발생 원인은 농막 작업 중 용접 불꽃이 인근 야산에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김해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3일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전 6시 기준 진화율이 96%다. 쓰레기 소각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면적은 125㏊ 정도다.

충북 옥천 산불은 8시간 7분인 23일 오후 8시쯤 진화됐다. 하지만 그 사이 경부고속도로 통행이 한때 중단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일으켰다. 이 불은 이날 오전 11시 53분쯤 청성면 조천리에서 발생했다. 산불은 이후 바람을 타고 인접한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 야산으로 옮겨붙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이들 지역 사이에 있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도로 금강나들목~영동나들목 서울 방향 도로 차량 통행이 이날 오후 2시 40분에 중단됐다가 2시간 만에 풀렸다. 임야 등 소실 면적은 39.6㏊다. 이 불은 논·밭두렁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형 산불지역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면서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국가유산청은 전국 동시다발 산불 관련 국가유산 피해가 총 3건 발생했다고 23일 오후 밝혔다. 국가지정명승인 강원 정선군 백운산 칠족령이 일부 소실됐으며 경남도기념물인 경남 하동군 두양리 은행나무가 일부 소실됐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하동 두방재 주변 부속건물 2채도 전소됐다.

김신일·최세호·곽재우·윤여운·송현경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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