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한 총리…트럼프발 위기 속 ‘대미외교’ 초점

2025-03-24 13:00:26 게재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상설특검 추천 등 과제 산적

헌재, 12.3비상계엄 위헌 여부에 대해선 판단 안 내놔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87일 만에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한덕수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24일 한 총리는 헌재의 기각 판단 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즉각 복귀했다. 한 총리는 헌재 결정 직후 공관을 출발해 이날 오전 10시 21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국내외 현안이 많다는 점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개최, 정부 부처 보고 등 국내외 현안 점검, 국무위원 간담회 등의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출근길에서 “우선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면서 “총리가 직무 정지 중인 때 국정을 최선을 다해서 이끌어 주신 최상목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슬러 나가겠다”며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의 담당 국무위원과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또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은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좌우는 없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우리의 과제”라고 자신을 탄핵한 정치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에 대한 탄핵과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대대행’ 체제가 지속됐던 상황,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를 다투는 헌재 결정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에서 국정안정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가장 큰 과제는 ‘트럼프발’ 통상·외교 위기 대처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꼽혔던 지점이 트럼프발 외풍 대응이다. 외교 경험 부족 및 리더십 공백은 ‘민감국가’ 소동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한 총리가 통상교섭본부장, 주미대사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진작부터 역할론이 거론돼 왔다.

당장 다음달 미국이 국가별 상호 관세 발표를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대처, ‘민감국가’ 소동 관련 대응 등도 시급해 보인다.

국내 현안으로는 사흘째 꺼질 줄 모르고 확산하고 있는 영남권 산불은 물론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정부로 이송된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 김건희 여사 상설특검 및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의대생 복귀 상황 점검 및 내년도 의대 정원 원상 복귀, 연금개혁안 등이 당장 대처가 필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의 탄핵안 기각 자체는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는 계엄 국무회의의 절차적 흠결을 일관되게 주장해서 윤 대통령의 합법적 계엄 선포 주장을 사실상 엎지 않았냐”면서 “기각 가능성이 애초부터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 판단 내용 중 헌법재판관 불임명 관련한 판단 내용은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등 거부 △여당과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5가지다.

이 중 가장 핵심 사유라고 볼 수 있는 내란 행위 묵인 관련해 국회는 한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지도록 조언한 부분이 소극적이나마 위헌적 계엄 선포를 받아들였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 총리 측은 “국무위원들의 반대와 우려를 전달해 계엄을 막고자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계엄 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권한대행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윤 대통령 선고 때에서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에 대해 헌재는 위헌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헌재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파면 결정은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중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법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형량을 함에 있어 이와 같은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면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기각 결정을 환영하며 “국회의 탄핵 남발이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정치 공세였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한덕수 권한대행 겸 총리의 직무 복귀가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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