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심판 불안·기대 극한고조…대형충돌 우려
윤 석방, 김성훈 기각, 문형배 살인예고 불구속에 “설마”
비상행동 “27일 시민총파업” … 경찰 ‘트랙터 행진’ 불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극한까지 높아지면서 물리적 충돌로 인한 참사 우려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윤 대통령측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사법부·수사기관의 행보가 잇따르자 그간 탄핵을 예상하며 사태를 관망하던 시민들이 거리투쟁에 막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앞서 서부지방법원 난동, 계란투척 등으로 폭력시위 행태를 보여 온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세력’은 윤 대통령 복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양쪽이 부딪히면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비상행동 “‘설마’가 계속 현실화” = 탄핵 촉구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27일 오후 5시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2일 밝혔다.
비상행동은 이날 ‘2차 단식단 선언문’에서 전날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전했다.
비상행동은 “설마, 윤석열이 풀려나겠어? 설마, 헌재가 100일을 넘기겠어? 설마, 김성훈이 이번에도 구속이 안되겠어? (하는) ‘설마’가 계속 현실화되고 있다”며 “한덕수(총리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 윤석열 선고를 하라는 극우내란세력의 요구를 헌재가 수용하는 듯 하다”고 했다.
이들은 “일손을 멈춰 파면의 길을 열려 한다”며 “노동자는 일터에서, 농민은 들판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함께 일터를 멈추고 여기 광화문광장에 모이자”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 ‘살인예고’ 유튜버가 최근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된 사건을 언급하며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니까 국민 다수가 당연하다고 여긴 탄핵이 설마 기각되는 거 아닌가 싶어 부쩍 불안하다”며 “작년 12월 이후로 집회엔 안 나갔는데 다시 나가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국 덤프트럭 지원 안 되나” = 이런 가운데 경찰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행진을 예고한 전국 농민회총연맹(전농)측에 ‘집회제한’ 통고를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물리적 충돌 우려와 평일 교통 불편 등을 근거로 전농 산하 ‘전봉준투쟁단’에 트랙터·화물차량의 행진 참여를 금지하는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
앞서 전봉준투쟁단은 오는 25일 트랙터 20대와 1톤 트럭 50대를 동원해 상경 집회를 벌이겠다고 전날 경찰에 신고했다.
전봉준투쟁단이 공지한 ‘서울재진격 지침’을 보면 이들은 서초구 남태령에 모여 오후 2시 ‘윤대통령 즉각 파면 결의대회’를 연 뒤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광화문 방면으로 트랙터 행진을 한다. 오후 7시부터는 범시민대행진에도 참가한다.
전봉준투쟁단은 지난해 12월 21일에도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트랙터 30여대와 트럭 50여대를 이끌고 상경 집회를 벌였다.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28시간 동안 대치했지만 결국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행진했다. 당시 전농 지도부와 일부 참가자들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1차 상경 당시 열세였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세가 불어나고 상대적으로 과격 양상도 보이면서 대규모 폭력사태 가능성을 우려 중이다.
실제 일부 지지자들은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전농의 상경 집회에 맞서거나 이를 저지하자는 글을 올리고 있다.
게시글엔 “끌고 오기만 해보라” “트랙터 엔진에 설탕을 넣겠다”는 대응 예고부터 “애국 덤프트럭 기사님 지원 안 되나”라는 물리적 저지 구상까지 댓글로 달렸다. “(전농) 트랙터가 200% 간첩 집단”이라는 글은 20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전농은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에 즉각 반발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