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산불 확산…안동 넘어 청송까지 위협
피해면적 1만2565㏊…역대 세번째
순간풍속 초속 13m 강풍 ‘속수무책’
특별재난지역 선포, 네곳으로 늘어
지난 22일 발생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경북 의성산불의 피해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피해 지역도 확대돼 안동까지 불길이 넘어섰고, 청송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의성산불의 피해면적(영향구역)은 1만2565㏊로 역대 세번째다. 2000년 4월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과 2022년 3월 울진·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 다음으로 피해규모가 크다. 특히 전날 오전 6시 기준 6861㏊였던 피해면적은 산림당국의 대규모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오전 5시 기준 전체 화선은 214.5㎞이고 잔여 화선은 96.3㎞다. 하지만 순간풍속 초속 7~13m의 강풍이 부는 데다, 산간 고지대에서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5m인 강풍이 불어 진화 속도가 화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불은 의성 경계를 넘어 안동까지 확산됐다. 24일 오후 5시 2분쯤 의성군 점곡면과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으로 옮겨붙었다. 이 지역과 인접한 청송군의 파천면과 안덕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안동시는 길안면 행정복지센터에 통합지휘본부를 꾸린 가운데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200여명이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25일에는 바람이 더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돼 현재 진화율 55%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성산불 진화율은 24일 오전 6시 기준 65%까지 높아졌다가 점점 낮아져 밤 9시 기준 60%로, 25일 오전 5시 기준 55%로 떨어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현재의 화선을 지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25일 의성산불 진화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헬기 62대와 장비 453대를 투입했고, 인력 2673명이 진화에 나섰다. 특히 강원소방본부 소속 환동해특수진화대의 대형소방헬기와 펌프차 등 소방장비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환동해특수진화대는 강원 지역 산불대응 등을 위해 구성됐다.
이번 산불로 의성군 주민 1424세대 3880명이 긴급 대피했고, 이 가운데 678세대 2816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의성읍체육관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는 안동 길안면 주민과 요양원 입소자 1200여명도 포함돼 있다.
사망 4명, 부상 8명 등 인명피해가 컸던 경남 산청·하동산불도 진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하동까지 영향권을 넓혔다. 피해 면적은 밤새 89㏊ 늘어난 1553㏊다. 진화율은 어제보다는 15% 높아져 85%를 보인다. 이번 불로 870세대 1380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가운데 766세대 1222명은 귀가하지 못했다.
이밖에 울산 울주산불은 진화율 95%, 경남 김해산불은 99%다. 울주에서는 경상자 2명이 발생했다. 충북 옥천산불은 24일 오전 7시 20분 진화를 완료했다.
한편 정부는 25일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경남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전국동시다발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지역은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에 이어 모두 네곳으로 늘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신속한 조치가 이뤄진다. 구체적인 지원 사항은 정부 합동 피해 조사를 통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중대본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산불 진화 인력의 안전 확보와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불편 해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며 “정부는 피해 수습과 복구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신일·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