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탐사 계속하지만…커지는 씽크홀 공포
한해 평균 198회 지반침하사고 발생
사망 2명·부상 47명·차량 파손 78대
동시다발적 지하공사, 부실 가능성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발생으로 시민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늘어나는 땅꺼짐 사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내일신문이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발생한 지반침하사고는 1386건에 달한다. 한해 평균 198건씩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각 지자체별로 취합하던 지반침하 발생현황을 2018년 지하안전관리 특별법 시행에 맞춰 통계화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338건이던 지반침하 발생건수는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3년 162건 등으로 전반적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한해 평균 198회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 씽크홀이 도심지 도로에서 발생하면서 차량 통행과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반침하로 인해 부상자 47명, 차량 파손이 78대 발생했고 사망자도 2명이 있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도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토사에 매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해 지반탐사를 강화하고 있다. 장비를 활용해 땅 밑 구멍을 탐사하는 일이다. 지난해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반침하 우려가 큰 도로 및 인도 총 1665㎞를 조사해 178개 지하 빈 공간을 발견했다. 서울시도 연 1회 실시하던 지표투과 레이더(GPR) 탐사를 월 1회로 늘리기로 했다. 공사 중인 굴착공사장뿐 아니라 준공한지 1년 이내인 공사장도 탐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2만6461㎞ 규모의 공동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공동 7182개를 발견해 복구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각종 공사로 인한 동시다발 굴착, 마구잡이식 지하공간 활용에 따른 지반 약화 등으로 땅꺼짐 사고 위험은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동구 씽크홀이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도 이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었다. 2014년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아래 80m 크기의 동공이 발견됐던 당시에도 지하철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각종 공사가 빈번한 도심 환경도 땅꺼짐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현장 주변에서는 고속도로 공사와 재개발 재건축 등 한꺼번에 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조 현상이 발생했지만 관계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에 앞서 인근 주유소에서 바닥 갈라짐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주민이 주유소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며 서울시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일부 복구가 이뤄졌지만 작업을 마치고 불과 1시간여만에 해당 씽크홀 사고가 터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땅꺼짐 사고를 예방하려면 철저한 지하 시설 관리와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다. 특히 공사 현장 인근은 더 자주 누수 여부를 확인하고 지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하 시설물이 노후화된 지역에서는 더욱 신속하고 적극적인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장을 살펴본 관계자는 “지하철 공법, 지반 구조 파악 여부, 누수 차단 시공 현황 등 땅밑 공사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