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프트웨어기업 SAP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를 제치고 유럽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에 올랐다. 최근 독일증시의 상승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AP 주가는 이날 1.4% 상승했다. 시가총액 3130억유로(약 500조원)로, 주가가 1.3% 하락한 노보 노디스크(시총 3100억유로)를 제쳤다.

SAP 주가는 지난해 40% 넘게 상승했다. 사업방향을 클라우드 부문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호응하면서다. 인공지능(AI) 호황 분위기도 순풍 역할을 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중반 이후 시가총액 절반을 잃었다. 대대적인 히트를 친 GLP-1 계열 비만약 ‘위고비’의 후속작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 에마뉘엘 카우는 “노보 노디스크는 과거의 핫한 주식이었다. 현재는 비만약 열풍이 잦아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SAP는 독일증시로 쏟아지는 자본 유입액으로부터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남서부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SAP는 지난해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제조사 ASML을 제치고 유럽 최대 기술기업으로 등극한 바 있다.

SAP가 독일 닥스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등 역사적으로 독일 증시를 지배했던 자동차제조사들의 당시 비중보다 더 크다. 닥스지수는 한 종목의 비중을 15%로 제한하고 있는데, SAP는 반복적으로 한도를 넘나들었다. 결국 프랑크푸르트거래소를 운영하는 도이체뵈르제는 지난달 종목 한도를 없앤 새로운 지수를 도입했다.

1972년 IMB의 전직 직원 5명이 설립한 SAP는 최근 수년 동안 사업모델 전환에 속도를 내왔다. 서버구축형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형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변모중이다. 이는 보다 예측가능한 데다 수익률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SAP의 클라우드 매출이 올해 29%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기업 전체 매출은 13% 상승한 385억유로일 것으로 전망됐다.

SAP 주가는 지난달 사상최고치로부터 10% 가까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가총액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그보다 더 급격히 떨어졌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년 동안 프랑스 럭셔리기업 LVMH(24일 기준 시가총액 2987억유로)와 최고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이달 들어 오젬픽과 위고비를 잇는 강력한 후속작으로 예상됐던 ‘카그리세마(CagriSema)’의 효과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발표가 나자 주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