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격해진 민주당 “내란 불도 재난”…국회의장, 줄탄핵 제동

2025-03-27 13:00:02 게재

“산불 비상 상황으로 여야 요청” 이유로 본회의 일정 취소 조율

“판결 승복” “정쟁 중단” 요구하던 국민의힘, 불복 발언 쏟아내

민주당 “헌재, 탄핵 선고 고의 지연 … 마은혁 빨리 임명해야”

영남권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고 지리산국립공원, 울진 원자력발전소, 강원도까지 퍼져나갈 위기에 놓여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는 양 진영간 갈등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재민 위로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시설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선고 후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거대 양당의 대치국면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의 불’도 꺼야 한다며 줄탄핵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기댔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기각’ 여론에 더욱 힘을 보태는데 주력하고 있다.

27일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대규모 산불도 당연히 자연재난으로 상당히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내란의 불도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 것으로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중요 재난”이라며 “산불 재해를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탄핵심판 요구를 뒤로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미루는 것은 의도적인 지연작전으로 보인다”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반드시 투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행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2차례에 걸쳐 명확하게 위헌임을 언급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거나 않은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탄핵 추진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쟁 중단’과 ‘법원 판결 승복’을 야당에 제안했지만 오히려 정쟁을 유발하고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보여줬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는데, 어제 판결은 이 모든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갖게 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모두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불복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민주당을 향해 “정쟁 중단을 호소하며 국가재난극복 여·야·정 협의를 제안한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25일에 “이 대표는 선거법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일단 이날 본회의 개최를 뒤로 미뤄뒀다. 전날 의장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문엔 “산불 비상 상황에 따른 여야의 요청으로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27일은 여야가 합의한 3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피청구인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 신속 지정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일단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가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본회의 개최를 추가로 요구할 계획이다. 당 안팎의 ‘줄탄핵 반대’의견들이 나오는데도 탄핵심판 선고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탄핵카드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한 총리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10분이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 적어도 이번 주 내에 위헌상태를 해소하고 국가재난 극복에 여야정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는 “법원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더니 무죄가 나오자마자 재판부를 공격했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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