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산불 재난 앞에서도 ‘엇박자’…예산부족 남 탓

2025-03-28 13:00:02 게재

예비비 추경 놓고 여야 또 ‘정치 공세’

여 “민주당이 삭감” 야 “집행부터 하라”

정부 여당, 안동 현장서 대책회의 개최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갈수록 확대되며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앞다퉈 현장을 찾고, 재난 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예비비 편성을 두고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을 문제 삼으며 정쟁화하는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예비비 원상 복구” vs “이미 예산 충분” =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재난 대응을 위해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예비비 문제를 두고 다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예비비를 삭감해 재난 대응 예산이 부족해졌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와 관련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에 반대하며 4조8000억원이었던 예비비를 2조4000억원으로 삭감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면서 “이로 인해 재난 대응을 위한 목적예비비는 2조6000억원에서 무려 1조원이 삭감돼 1조6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북 영양군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이어 “삭감된 목적예비비조차 고교 무상교육 등 민주당이 정한 용도에 1조2000억원이 묶여 있어 실제 재난 대응에 쓸 수 있는 예산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예비비 복원과 산불 피해 지원 대책 논의에 적극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기존 예비비로도 충분하며, 당장 집행부터 하라고 받아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대전시당위원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은 충분하다.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이미 있다”며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나. 이 예비비 중에 한 푼이라도 쓴 게 있나”라고 비판했다.

전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미 행정안전부의 재난대책비가 3600억원이 편성돼 있고, 산림청의 산림재해대책비도 1000억원이 편성돼 있다”면서 “부처 예산이 부족하다면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에서도 집행이 가능하다. 그것도 부족하면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도 1조5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동 이재민들 위로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국민의힘은 경북 안동 방문, 민주당은 경남 산청으로 = 28일 오후 여야 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과 경남을 각각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재난 대응 상황을 점검한다.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정부와 여당은 피해 현장에서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북 안동 이재민 대피소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의성 산불 진화 도중 헬기 추락 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 분향소를 조문한다. 정부와 여당은 안동 피해 현장에서 재난 대책 회의도 열기로 했다.

28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안동 현장에서 ‘산불 피해 대책 회의’를 열어 정부 측과 피해 대응과 방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안동 현장에서 고위 당정협의회 개최를 검토했으나 산불 대응에 집중하자는 차원에서 고위 당정이 아닌 산불 대책 회의로 변경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위는 △경북 안동, 청송, 영덕, 영양 지역 등에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확대 건의 △이재민에 대한 주거 및 의료, 심리상담 등의 실질적 지원책 강화 △행정안전부 재난특별교부세를 활용한 지자체 지원 △향후 추경 시에 재난대응 예비비 대폭 증액 △당 차원의 의연금 모금건의 △산불 실화 등에 대한 처벌강화 계획 등을 밝혔다.

민주당도 대규모 산불진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27일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규모 산불진압 지원 TF를 구성해 산불 진압과 이재민 지원, 피해 복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경북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대표는 28일 오후 경남 산청 산불현장지휘소를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산청 이재민 대피소에서 산불 피해를 본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이틀 동안 경북지역 산불로 피해를 본 분들을 찾아뵀다. 현장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관계 당국이 혼연일체가 돼 수습과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인명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며 “민주당도 피해를 본 분들께 주거를 포함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법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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