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청송·의성 농업기반 무너졌다

2025-04-01 13:00:02 게재

주택·농장·농기계 피해 심각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

의성 청송 등 경북 동북부 지역이 지난 산불로 농업기반까지 잃게 됐다. 주택은 물론 농장과 농기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에 탄 사과농장 경북 의성산불이 안동으로 확산되면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의 사과농장이 불에 그을렸다. 사진 경북도 제공

지난 3월 31일 산불로 통제됐다가 풀린 서산영덕고속도로 양방향은 불길이 스쳐간 흔적이 역력했다. 도로 양쪽 산과 마을은 성한 곳이 없었다. 모두 그을리거나 불탔다. 청송군 파천면과 진보면 비탈진 밭에 조성된 사과과수원은 겉보기엔 멀쩡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나뭇가지 끝부분부터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산불 열기에 고사되고 있는 참이다.

진보면에서 7000여평 가량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광일(63)씨는 “괜찮아 보였는데 꽃눈이 망가진 나무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니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느꼈다”며 “20~30%만 성할 뿐 대부분 고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 피해가 없는 줄 알았던 이웃들도 사과밭에 다녀오고서는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며 “올해는 정부지원금과 보험금으로 겨우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송군과 능금조합 등에 따르면 일대 사과농장은 대부분 산기슭에 조성돼 있는데 특히 계곡쪽은 80% 이상 산불 열기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주민들 대다수가 70대 안팎인데 고사목을 뽑아내고 빚을 내 새로 나무를 심어 수확하기까지 5년 이상 걸리는 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청송과 함께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로 꼽히는 의성군 옥산면 피해도 심각하다. 좁은 계곡에 형성된 마을과 과수원을 화마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복숭아 자두 등 과수 피해가 눈에 보이는 이상으로 심각하다. 마늘은 중간 정도까지 자라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 경북도가 1일 오전 7시까지 집계한 경북 5개 시·군 농업피해 추정치가 이를 입증한다.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피해농가는 6259호다. 농작물 피해면적은 3475㏊ 중 과수가 3284㏊를 차지한다. 사과가 그 중 대부분인 3037㏊다.

시설하우스 401동, 부대시설 1만1720동, 농기계 7619대도 피해를 입었다. 저온저장고 농업용 창고와 농막 등은 물론 농산물 유통·가공시설 7곳도 전소되거나 소실됐다. 축사와 창고 2944동이 불타 한우 351두, 돼지 2만6213두 등이 폐사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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