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민주당-한화 대리전으로 번지나

2025-04-03 13:00:03 게재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전 한화오션주 매입 논란

민주당 “지분매입 후 유상증자 이상한 거래”

“고려아연식 증자, 한화에어로 주주들 손실”

이복현 금감원장 “의사결정 배후, 진정성 의심”

법무부 금감원 등 정부기관의 찬성에도 대기업의 강력한 반발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강행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을 시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이런 와중에 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녀 승계용’ 유상증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한화에 대한 공개 저격 등에 한화가 해명하고 나섰고 이를 민주당 의원이 반박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무총리 상법개정안 거부권 관련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3일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태스크포스(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유상증가를 꼭 해야 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유상증자를 공시하기 일주일 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여기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 지분 22.65% 중 11.32%를 3명의 아들(김동관 4.86%, 김동원 3.23%, 김동선 3.23%)에게 증여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자녀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5%),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5%)이 전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한화에너지(52.07%)와 한화솔루션(47.93%)이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다.

이번 지분 상속으로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지분은 한화에너지가 22.16%를 갖고 있고 3명의 아들이 20.51%를 보유해 김 회장(11.33%) 지분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사실상 지배력 이양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 주주인 한화는 이번 유상증자(3.6조원)에 9800억원을 출자했고 김 부회장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들도 회사 주식 90억원을 매입했다.

오 의원은 “의심은 아들 3명이 갖고 있는 한화 에너지 쪽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금을 넣어주고 그 시점에 유상증자로 돈을 충당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며 “이제 정상적인 거래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는데 고려아연 사태와 비슷하다”며 “공개매수로 올라간 주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회사돈으로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것은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상대방이 못 가져가게 하려는 것인데 주주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거버넌스포럼에서는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매입과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가 동시에 결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뭔가 검토해 봤냐는 질문지를 보냈는데 답변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전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왜 금감원까지 나서 이번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분구조 개편과의 연관성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을까”라며 “수년간 눌려있던 주가가 자회사 실적개선으로 갑자기 폭등하자 찬물이 끼얹어지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돈이 필요해서 3조원 넘는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회사가 증자발표 직전에 아드님들 개인회사 등에 1조원 넘는 현금을 쏴 준다. 이건 일반적인 기업경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화에너지로 들어간 돈이 증여세 재원이 아니라는 논리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배당을 통해 뽑아갈 수 있는 돈이 아드님들께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증여세로 2000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CBS라디오에 나와 “LG엔솔 물적 분할이라든가 SK이노베이션 합병, 작년에 두산로보틱스 합병 등 여러 가지 불공정 논란과 관련돼서 우리 정부에서는 중요한 핵심 과제로 생각해서 상법이라든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을 한 것”이라며 “작년 하반기 정도까지만 해도 솔직히 만에 하나 상법 개정이 통과가 되면 대통령께서 그걸 거부권을 행사하시기 힘들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기도 하고 저희(금감원)도 사실 그런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개정에 반대했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장(SK그룹회장)에게는 “과거 SK이노베이션의 합병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과연 시장에서 받은 충격이라든가 주주들의 마음 아픈 것들을 과연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은 적이 있는지”라고 지적했고 “최근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6조 유증에 대해서도 그 의사결정의 어떤 배후라든가 진정성을 의심하니까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기능조차도 지금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금감원도 지적하고 있는 지점은 최근 일련의 상황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는지 주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화그룹의 해명은 허술하고 진솔하지 않다. 그 해명의 옮고 그름을 앞으로 치열하게 따져 보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진상을 알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 총리와 대통령실의 친기업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 총리가 상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총수와 함께 경제 안보전략 TF회의를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등 정부 부처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현대로템 풍산 HD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 방산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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