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4월 초 탄핵, 조기 대선”
투자자 연례 서한서 언급 … 논란일 듯
홈플러스 사태 관련해서는 “약간의 잡음”
홈플러스 파장 축소 급급 … 국회 “사재 출연”
사재출연과 국회 출석 요구를 받고 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주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모든 것이 작동한다’는 모델은 역사적으로 한국에도 적용되어 왔다”면서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뒤이은 국회의 취소 및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인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헌법재판소는 4월 초까지 탄핵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일반적인 예상대로 확정되면 한국은 조기 대선을 치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돌발 사태로 인해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지만 시장은 평온한 반응을 보였다”며 “원화, 주식, 채권은 12월에 잠시 변동성을 보인 후 모두 안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세전망이지만 헌재의 선고 시기와 여부를 두고 온갖 주장이 난무할 시점에 특정 입장을 밝힌 셈이어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등 탄핵반대를 주장해 온 여권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서는 ‘4월 초 판결’ ‘탄핵 확정, 조기 대선 실시’를 확정적으로 전망한 김 회장을 곱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야3당 정무위원,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홈플러스 사재출연 모호 =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약간의 잡음’이라고 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서한에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언론에 약간의 잡음을 일으켰다(The Homeplus rehabilitation generated some noise in the press).”고 했다. 김 회장은 MBK가 지난해 이룬 성과를 소개하는 중간에 홈플러스 문제를 언급했다.
그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서한이 처음이다.
그는 “우리의 포트폴리오가 모두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며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투자처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부득이하게 3월 초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어 그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언론에 약간의 잡음을 일으켰다”며 “우리는 여러 이해관계자 중 일부는 주주와 비교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잡음’으로 치부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사태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개인 기부를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지난 16일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게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 채권자들은 이 말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김 회장의 서한과 관련해 “최근 성사될 수도 없는 전자단기사채(ABSTB) 전액 변제 발표로 시장과 투자자를 교란시킨 것도 모자라 홈플러스 사태를 상당히 안이하게 보고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체적 사재출연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날 국회 정무위 소속 야 3당 의원들도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등 100% 변제를 위한 재원계획을 이달 10일까지 내놓으라고 공개 요구했다.
지난달 18일 김 회장은 국회 정무위 긴급현안 질의에 불출석해 비난을 샀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김 회장에 대해 “검은 머리 외국인” “사기”라는 표현까지 쓰며 MBK와 김 회장 행태를 비판했다.
다음날인 19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고강도 검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고려아연 인수 논란에 대해서도 ‘언론 탓’을 했다.
그는 서한에서 “고려아연 인수는 세계 최고의 멀티메탈 제련소의 ‘적대적 인수’라는 선정적 헤드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는 경영 투명성을 구현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모든 주주의 이익과 일치시키기 위해 최대주주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가 지배구조 중심 거래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서도 차입매수 방식에 대한 비판과 기술유출 우려, 해외매각 가능성,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 중국자본 의혹 등 각종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은 MBK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비토권(거부권)을 갖고 있는 등 전권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서한에서 “우리는 이제 바이아웃(Buyout)과 스페셜 시추에이션(Special Situations) 두 가지 전략으로 3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아시아 전역에 걸쳐 5개의 사무소와 128명의 직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면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유한책임투자자(LP)들에게 반환하며, 업계에서 높은 분배 실적을 기록하는 리더로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