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폭락에 ELS ‘비상’…원금 손실 구간 진입 잇따라

2025-04-08 13:00:04 게재

S&P500지수 6개월 전 대비 14%↓ … 닛케이 25%↓

테슬라·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 기초한 ELS 직격탄

글로벌 증시 폭락에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도 비상이다. ELS 기초자산으로 미국 S&P500지수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를 활용한 상품들이 증가세를 보였는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조기상환 실패나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ELS는 손실가능선(knock-in·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트럼프 발 관세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 약세가 장기화하면 ELS 상품 전반적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분기 ELS 시장에 먹구름 =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는 최근 관세전쟁 격화로 급락하면서 6개월 전 지수의 90% 밑을 하회하고 있다.

2024년 10월 8일 종가 5751.13이었던 S&P500 지수는 이달 7일(현지시간) 5062.25로 13.6% 급락한 것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7일 종가 기준 31,136.58로 6개월 전(10월 8일 38,937.54)보다 25%나 폭락했다.

유로스톡스 50 지수 또한 같은 기간 6.28% 하락하며 95% 밑을 하회하는 중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 영향으로 다른 상품들 또한 조기상환 실패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콩H지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모습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4월 들어 연일 10%대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형 ELS 발행 비중이 높은 선진국 지수 관련 ELS의 조기상환 실패 가능성이 높아져 2분기 ELS 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LS는 기초자산이 특정 기준 아래로 내려갈 경우 조기상환 조건에 충족되지 않거나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달렸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분기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급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 발행도 늘었다.

◆대형 기술주 원금손실 우려 확대 = 문제는 이들 상품의 경우 조기상환은커녕 손실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출시된 테슬라·엔비디아 투자 ELS에 대해선 일부 상품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하나증권은 7일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추종하는 15990, 16567, 16623회 ELS 3종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특히 이달 29일이 만기평가일인 15990회의 경우 엔비디아 주가가 105.93달러를 넘기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테슬라 주가도 194.64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키움증권은 이날 지난해 12월 출시된 제1295회, 1296회, 1298회 뉴글로벌 100조 ELS 3종이 손실구간은 아니지만, 1차 평가에서 조기 상환이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3종은 모두 테슬라를 공통 기초자산으로 하고, AMD와 엔비디아 등을 담고 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손실 구간에 근접한 ELS 상품도 있다.

작년 10월 중순까지 테슬라 주가는 220달러대를 밑돌았고, 엔비디아는 같은 해 9월부터 100달러를 넘기며 급등세를 보였기에 그전에 발행된 ELS는 무사히 조기 또는 만기상환이 이뤄졌다.

이에 증권사도 재발행 여력이 있고, 저가 매수로 이익을 얻으려는 ELS 투자자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선 185개의 관련 ELS가 연 10~20%대 수익률을 내고 만기·조기 상환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출시된 테슬라·엔비디아 투자 ELS에 대해선 일부 상품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지난 1월 23일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ELS는 녹인 기준이 50%로 엔비디아가 73.61달러, 테슬라는 206.19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녹인 터치를 한다. 테슬라의 경우 주가가 지금보다 20달러가량 더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들어가고, 엔비디아는 30달러 이상 하락하면 손실 구간에 근접한다.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ELS들은 실물 주식을 제공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만기가 오는 6~7월 도래하기에 손실 위험이 크다.

미국 증시가 더 하락하면 다른 빅테크주를 담고 있는 ELS의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지난해 발행한 제35277회 ELS, 한화스마트 9302호 ELS가 기초자산인 AMD가 기준가를 밑돌아 리자드 베리어 구간을 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 1분기 ELS 발행 금액은 4조8100억원으로 4분기 3조9800원에 비해 약 21% 증가했다.

4월 7일까지 테슬라 또는 엔비디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405개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1개의 관련 ELS가 발행된 것과 비교해 50% 늘었고, 납입 규모는 3966억원에서 6600억원으로 66%(2634억원) 늘었다. NH투자증권이 81개로 가장 많이 출시했고, 키움(77개)·미래에셋(77개)·한화(47개)·하나(33개) 등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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