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결정문서 ‘위로’ 찾는 시민들
필사 인증·출간·제본 등 인기
쉽고 설득력 있는 문장 호평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이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다. 장기화된 탄핵정국 속에서 분열과 혼란을 겪은 국민이 헌재의 쉽고 명료한 문장을 읽으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모습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탄핵 선고 결정문 또는 요지를 읽고 손글씨로 따라쓴 결과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자신의 결정문 필사 영상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탄핵 선고 이후 결정문 114쪽 9만여자 전문을 필사하고 있는 20대 이 모씨는 “헌정 역사상 중요한 선례가 될 사건이라 필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정문을 적으며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인상 깊은 문장으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인 동시에 국민을 충분히 설득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명시해줘서 좋았다”며 “결정문 필사를 끝내면 헌법 조문 전체도 필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국민이 읽기 쉬운 문장으로 구성된 점도 호평받았다.
네이버 이용자 ‘dan***’는 “평소 법 관련 용어의 난해함 때문에 관련 기사나 글을 읽으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이 결정문은 어렵지 않은 단어로 정확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문장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았고 모두를 설득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글”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결정문에 대해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읽겠다” “문장이 좋아서 필사하는 맛이 쏠쏠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서점에는 결정문이 수록된 책이 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8일 현재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출간한 전자책 ‘대통령(윤석열) 탄핵 결정문’은 알라딘 전자책 종합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출판사 ‘더휴먼’이 예약 판매 중인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은 교보문고 정치·사회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프린터로 결정문을 출력해 손수 제본을 하기도 했다. 결정문 핵심 문장을 티셔츠에 프린팅해 내놓는 사람도 나타났다. 헌재의 탄핵 선고 결정문은 저작권법 제7조에 따라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인용·배포할 수 있다.
이번 헌재 결정문은 사법부의 여타 판결·결정문보다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쓰였다는 평가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앞서 지난 4일 성명에서 “장기간의 평의와 숙고를 통해 그 결정문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고 유연한 논리로 무리함이 없이 작성함으로써 모든 권력의 원천이 되는 주권자 국민을 존중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편 계엄사태 이후 헌법 관련 서적의 판매량도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년 12월 헌법 관련서 판매는 직전달(11월) 대비 219% 늘었고, 지난 1월 판매량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13배 증가했다.
이재걸 기자·연합뉴스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