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자목록 10일 제출
총부채 8조5000억원대 … 변제 완료 5천만원 미만 소상인 제외
리츠부채 3조4600억원 … 25일부터 채권액 확정 협상 본격화
8조5000억원대의 채무미변제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MBK파트너사가 운영하는 홈플러스의 채권자 및 주주 목록 제출기간이 10일 종료됐다. 이 내용은 11일 오전 0시부터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회생사태’로 발생한 피해자들이 2주간의 채권신고 절차를 끝내는 오는 25일부터 피해자들과의 채권(채무)액 확정을 위한 협상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4일 채무자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 사건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문’에서 ‘2025년 1월 24일 기준 가결산한 재무상태표상 홈플러스의 부채는 약 8조5278억원이다’고 밝혔다. 이중 점포임차료 등의 리츠부채는 3조4600억원 규모다.
우선 홈플러스가 채권자목록에 담게 될 채권자수와 채권액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채권자목록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로 구성된다. 회생채권자는 금융기관 대여금(신용)채권자, 상거래채권자, 특수관계인 채권자 등이고, 회생담보권자는 금융기관 대여금(담보)채권자, 일반대여금 채권자 등이다.
회생채권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소상공인(채권액 기준, 5000만원 미만)의 상거래채권이 모두 우선 변제됨에 따라 채권자수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 및 포괄허가 신청서’에서 밝힌 메리츠증권 등 채권자 28명보다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갚아야하는 채무금액이 8조5278억원 규모를 유지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서’에서 지난 1월 24일 기준 자산은 유동자산 약 8277억원을 포함해 약 8조9928억원지만, 수년간 계속된 영업손실로 ‘지난달 17일부터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해 5월 약 7300억원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후순위인 금융채무 등 상환유예가 가능해 5월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277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126개 점포 중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한 65개에서 발생한 미지급임차료 등 리스부채가 핵심이라고 했다. 세일앤리스백은 MBK가 2015년 7조2000억원을 동원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추진한 자산유동화 회수 전략의 핵심이었다. 유통업 호황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불황기에는 큰 재무 부담이 됐다. 홈플러스는 신청서에서 적자 점포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세일앤리스백의 적자 점포를 대상으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이행 선택’(임차료 30~50% 인하할지 등의 여부)을 채권자들에게 요구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달 7일, 11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홈플러스 협력업체 상거래채권(물품 및 용역대금) 합계 5613억원의 조기변제를 허가했고, 영세소상인들이 채권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8일까지던 채권자목록 제출 기한은 4월 10일까지로 연장됐고, 채권신고 기간도 4월 24일까지로 됐다.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 등을 평가하는 삼일회계법인은 자산과 부채 등을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채무 변제와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계획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오는 5월 8일까지 채권 조사를 진행한 후 같은 달 22일까지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고, 6월 12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원에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피해자(관계인)들이 동의하면 홈플러스는 10년을 기한으로 회생에 돌입하게 된다.
한편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이 지켜질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김 회장에게 10일까지 피해자에 대한 변제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민을 기만한 죄를 묻겠다고 강조했다.
MBK는 지난달 김 회장의 사재출연, 카드 물품대금 기초자산 단기전자유동화증권(ABSTB) 잔액 4618억원 전액 변제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없이 말뿐인 모호한 표현으로 채권자, 투자자, 납품업자 등 다수 이해관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치권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또 검찰은 최근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4사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홈플러스의 규모 등을 고려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의 대표자가 그대로 회사를 경영하게 했다”면서 “다만 향후 (수사결과 등) 경영진의 위법사항이 드러날 경우 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