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롯데카드, 홈플러스·네파 살리기 동원

2025-04-10 14:34:03 게재

롯데카드, 홈플러스 부채 떠안고 네파 대출에도 동원

18개사 등기임원 겸직 김광일 부회장 결정 개입했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네파 등 부실을 초래한 피인수기업을 살리기 위해 롯데카드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롯데카드에 구매전용카드 매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실을 줄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네파가 대출을 받는데도 롯데카드를 동원한 사실도 알려졌다.

롯데카드 동원 배경에는 홈플러스 롯데카드 등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 매출은 2022년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거래에 동참한 이래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매출은 759억원이었으나 2023년 1264억원, 2024년 7953억원으로 2년새 10배 넘게 불어난 대목이 방증한다.

구매전용카드는 기업 간의 외상거래를 카드 방식으로 바꾼 금융상품이다. 카드사가 홈플러스 협력업체에 현금을 먼저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홈플러스에 단기로 외상을 제공하는 모양새다. 만일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SPC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단기 전단채를 발행한다면 롯데카드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지만 채권을 자체 보유할 경우 홈플러스의 부도 리스크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매출 7953억원 가운데 47%인 3700억원은 600억원 한도의 구매카드 연간 이용액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롯데카드가 홈플러스의 채권 부도 위험을 떠안는 대신 홈플러스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보여지는 부실 규모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MBK가 피인수기업 롯데카드의 구매전용카드를 이용해 홈플러스 부채를 사실상 떠넘겼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롯데카드는 홈플러스 뿐 아니라 또 다른 부실 피인수기업 네파를 살리는 데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 네파가 최근 자산유동화대출(ABL)로 300억원을 조달하는 가운데 롯데카드가 100억~15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자율은 10% 안팎의 고금리로 책정됐다는 후문이다.

2013년 MBK가 인수했던 네파는 12년 넘게 엑시트(자금 회수)하지 못한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회자된다. 인수 원년인 2013년 네파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56억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60억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11분의 1 수준으로 현금창출력이 대폭 저하되면서 외부에서 빚을 내지 않고서는 기업을 온전히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네파는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차입해 왔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2023년 네파의 이자비용은 304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이익 14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였다. 본업을 통해 남긴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MBK는 롯데카드에 부실을 전가하는 동안 대주주로서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수익성 악화가 방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372억원으로 2023년 3672억원과 견줘 62.7%(2307억원) 급감했다. 2023년 당시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배제하고 산정한 순이익 1691억원과 비교해도 18.9%(319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이익 급감의 배경으로 팩토링 대출 확대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거론한다. 팩토링 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설정하고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서비스를 뜻한다.

2019년 MBK에 인수된 이래 롯데카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주력했으나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PF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이후 대체 수익원으로 팩토링 대출과 카드론에 주력하면서 비용 급증을 유발했다는 평가다. 영업비용을 구성하는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2022년 4787억원에서 지난해 7889억원으로 2년새 64.8%(3102억원) 늘어난 사실이 방증한다.

설상가상으로 팩토링 대출 채권에서 786억원 규모의 연체가 발생한 사실도 드러나며 물의를 빚었다. 대출이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업단 전결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올 2월에 수시검사를 진행하면서 팩토링 대출 연체 원인을 살피고 내부통제 위반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 홈플러스, 네파 등 피인수기업들이 잇달아 위기에 접어든 건 궁극적으로 MBK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회사 수십 곳의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김광일 MBK 부회장의 경영역량 부실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일 부회장은 최근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당국 조사 타깃이 된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를 2024년 1월부터 맡아 왔다. 이외에도 △롯데카드 △네파 △딜라이브 △엠에이치앤코 △오스템임플란트 기타비상무이사까지 포함하면 국내 18개사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MBK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회사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광일 부회장이 기업 수십 곳의 이사를 겸직하면서 제대로 된 경영 관리가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난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실질적 해법 모색보다는 또 다른 피인수기업 자금을 동원해 ‘돌려막기’ 식으로 대처를 지속하다보면 피인수기업들의 연쇄 부실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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