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기업의 제조업 공동화 대응
트럼프 고관세로 자유무역 질서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대외개방적인 중규모 국가인 우리 경제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등 우리 제조업 공동화(De-industrialization)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트럼프의 관세 인상 동인이 된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현상의 해석이나 원인 분석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동화는 △ 어떤 제품의 국내 생산이 수입품이나 자국 기업의 해외 생산 이탈로 인해 대체되는 제1단계 △ 새로운 제품으로의 생산 전환에 실패하는 제2단계를 거쳐서 발생한다. 즉 수입품의 증가나 자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국내 경제 및 산업의 비교우위 여건의 변화에 맞게 해당 지역이나 산업이 대응하지 못한 데서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고관세 압박에 자동차 등 우리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
일본의 경우 의류나 휴대폰 분야의 제조 기반이 급격히 약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산업용 로봇, 특수화학 소재, 게임 및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 의료 및 간호, 정보통신 서비스업, 외국인 여행 관련 분야 등은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도 러스트벨트의 중심인 피츠버그의 경우 철강업은 쇠퇴했으나 대학, 연구기관을 포함한 오픈이노베이션 체제를 강화해 각종 첨단 산업의 창업이 활발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중요한 것은 산업을 혁신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화 압력을 극복한 일본기업 사례를 보면 첫째,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율적 운영이 중요했다. 일본기업은 자국 내에서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를 포함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생산공정, 판매 및 마케팅 활동을 국제적으로 효율화했다. 세계 커넥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히로세전기의 경우 실제 생산의 대부분을 해외 협력 기업에 위탁하는 한편 자사에서는 신제품 개발이나 금형의 개발, 제조용 기계의 설계, 판금 기술의 연구 등 고부가가치 제조 기술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둘째, 세계 유일의 강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기업은 종업원 50명 내외의 지방 중소형 기업 중에서도 세계 시장의 50%~100% 정도를 장악하는 강소기업이 많다. 초고열을 견디는 특수 바코드를 제작하는 YS tech, 40분의 1밀리미터라는 초미세 원사로 고급 직물을 제조하는 아마이케합섬은 세계 시장의 100%를 장악해 관세 인상분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해도 고객은 구매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셋째, 고품질의 브랜드화도 중요하다. 소재 부품 장비 등 B2B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기업이 많지만 이들은 기술의 차별성을 최종소비자에게 호소하는 마케팅을 전개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자전거 부품의 시마노는 자전거 기업을 능가하는 고품질 브랜드 파워를 확보해 소비자가 시마노 부품을 지명할 정도가 되었다. 넷째, 제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이를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연계시키는 시스템화 전략이 중요했다. 소부장 강점을 가진 일본기업들이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포함해서 고객 지원에 나섰으며 일본정부도 이들의 인프라 수출을 지원했다.
국내와 해외거점의 역량강화로 시너지 발휘해 공동화 피해야
우리 기업도 관세 부담이 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데이터 센터와 AI를 활용한 제조업 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 수출이 중요할 것이다. 하드웨어의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 신기능의 개발과 함께 이러한 기업 역량의 브랜드화뿐만 아니라 각 지방 산업이 글로벌 분업의 특수 공정에 특화해서 지역 제조 브랜드를 확보하는 노력 등도 중요하다. 국내와 해외거점의 제조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해야 공동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