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주택은 있나
6- 특정집단 은퇴자마을
“은퇴 과학자·대학동문들 뭉쳐 산다”
과학자부터 직장동료들까지 한마을에… 휴양형 단지에는 재외동포 모여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현재 700만여명)가 은퇴하면서 특정집단을 위한 다양한 은퇴자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은퇴자복합단지(K-CCRC) 연구를 위해 수도권 지역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4.9%가 은퇴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 비수도권 지역에 은퇴자마을이 조성된다면 이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노형기. 2024 박사 논문)
11일 국토교통부는 대표적인 특정집단 은퇴자마을로 ‘하회과학자마을’을 꼽았다. 경북 안동에 조성 중인 ‘하회과학자마을’은 은퇴한 과학자 전용 주거단지로 전체 부지 2만7789㎡에 20~30평형 주택 50가구가 들어선다.

2023년 7월 참여 희망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4월 착공했다. 지난해말 하회과학자마을 참여 희망자를 접수해 선발했다. 올해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500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에 입주한 은퇴 과학자들은 경북도와 23개 시·군 정책 자문을 하며 국책과제 기획 등을 수행한다.
제주 서귀포시 대평리에는 삼성전자 출신들이 모여 주택단지를 조성했다. 지완구 삼성전자 전 부사장, 김창한 전 전무, 이진하 전 상무를 비롯해 삼성전자 출신들이 모여 그들만의 ‘은퇴자 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인하대 동문들은 충북 괴산군에 모였다. 2009년 국내 최초로 대학 동문이 모여 귀촌을 위해 만든 ‘미루마을’이다. 이 공동체마을은 현재 35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60%가 인하대 동문 가족인 점이 특징이다. 이 마을은 서점인 ‘숲속작은책방’이 ‘북스테이’ 명소로 떠오르면서 유명해졌다.

휴양형 은퇴자마을로 유명한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는 재외동포가 상당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영주권을 가진 동포들이 은퇴 후 국내에서 거주하기 위해 자리잡은 곳이다. 2017년 문을 연 전북 고창군 고창읍 석정리 고창타워는 고창군과 서울시니어스 등이 153만4000㎡ 부지에서 추진한 고창 석정온천 관광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은퇴자마을과 골프장, 스파리조트 등을 함께 건립하는 사업이다. 고창타워 인근에는 다양한 여가·문화 시설과 명소가 있다. 선운산도립공원이 인근이고 고창읍성이나 편백나무숲 등이 시설을 보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은퇴자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회에서도 은퇴자마을 조성을 위한 법률 지원에 들어갔다.
맹성규 의원(국토교통위원장)은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4월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맹 의원은 “고령자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주거에 대한 다양성과 삶의 질 향상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며 “건강한 상태에서 간병이 필요한 상태까지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수요에 맞는 은퇴자마을(도시)을 조성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주거단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은퇴자마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LH 지방공사 공공기관 공공기관이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 등이 운영사업자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하면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 마을을 조성할 수 있다. 은퇴자마을 입주 대상은 60세 이상 국민으로 마을(도시)로 이주한 후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엄태영 의원(국민의힘)도 10일 국회에서 ‘시니어 주거 혁신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엄 의원은 “은퇴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국형 은퇴자 마을’ 개념을 확립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의 시니어 레지던스 정책은 물론 민간의 협력과 산업계 의료계 그리고 소비자 의견을 종합해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엄 의원은 1월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회는 맹 의원과 엄 의원이 발의한 은퇴자마을 조성 법률안을 종합 검토해 병합 심사 등을 통해 의결할 예정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