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재부 대수술 예고 … 대통령, 예산배분 직접 조율

2025-04-11 13:00:34 게재

“대통령보다 힘센 기관, 검찰만큼 해체할 곳이 기재부”

대선공약 검토 … 노무현정부 기획예산처-재경부 체제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복원 … “예산 기능 독립” 강조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에 단단히 뿔이 나 있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과 예산집행(국고)·세제·국제금융을 동시에 휘두르는 ‘공룡 기구’인데다 대통령실마저 쥐락펴락한다는 ‘무소불위’ 집단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세수 부족, 이를 메우기 위한 편법 운영을 서슴지 않는데다 민주당의 추경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공룡’ 기재부의 폐해로 지목됐다.

따라서 정책기획과 예산 편성을 현재의 기재부에서 떼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11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너무 강력해지고 비대화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정책기획을 따로 떼 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정부조직 변경을 대선 이후 집권하게 되면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고 이에 대해 기재부에게 사전 준비를 위한 예고를 해놓았다”고 했다. 이어 “기재부 해체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이에 대한 공약은 구체적으로 담지 않고 원칙론까지만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에 분노한 민주당 = 민주당은 ‘공룡’ 기재부가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을 쥐고 절대과반의 입법부까지 무시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부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자영업자 손실보상 입법을 반대하는 기재부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말한 대목을 소개하며 “헌법상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도, 기획재정부의 막강한 권한 앞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유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포용재정포럼 회장)은 지난 2월 토론회에서 “기재부 예산실이 강력한 ‘예산 권능’을 토대로 부처를 통제하고 결국은 대통령실마저 쥐락펴락한다”며 “중앙정부의 타 부처들, 소속 공공기관들, 지방정부, 그리고 국회종사자들조차도 예산시즌에 예산편성권을 가진 예산실의 종사자들의 사무실 앞에 장사진을 치고 예산을 구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출신이 다른 부처 장차관에 대거 포진하거나 주요 직위에 파견 나가는 이유”를 예로 들며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의 확보를 위해 사업별 예산을 담당하는 과장급 예산실 종사자를 만나는 경우 저자세로 바뀐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들어 기재부가 입법부를 무시하고 예산편성, 집행에 나선 배경엔 ‘편중된 권한’이 있다고 봤다.

오 의원은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정부가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이에 대하여 국회의 심의, 확정을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2023년 56.4조원, 2024년 30.8조원이라는 유례없는 세수결손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국채발행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없이 국회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임의의 사업을 불용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했다”고 했다. 또“세수부족을 핑계로 국가재정법 공적자금상환기금법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을 위반하고, 과거 결산 당시 국회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바 있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폭탄 등 통상압력이 높아지고 민생이 고꾸라지는 데도 민주당이 요구한 추경 편성을 외면했고 여야가 합의해 ‘3월내 편성’을 주문했는데도 여전히 추경 편성 시기와 규모에 미온적인 기재부를 향해 “오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이후에도 기재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민주당을 분노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바꾸나 = 오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획재정부의 예산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옮기고 기획재정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해 노무현정부 때로 돌아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운영하는 ‘모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어느 나라든 어느 사회든 개혁은 예산부처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핵심”이라며 “권력 기관으로서 검찰 해체가 필요하다면 검찰만큼 해체해야 하는 기관이 기획재정부”라고 했다. 이어 “기재부, 대통령보다 더 힘세다는 기관 이대로 유지시켜도 괜찮겠느냐”며 “기재부의 예산 편성권을 다른 나라들처럼 국회가 가지는 게 최선이지만 개헌 사항이어서 힘들다면 1차적으로 재정운영권한을 2008년 이전처럼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처음 시작한 국무위원 재정배분회의 또는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의 복원을 제안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재정전략회의로 불린 이 회의는 이듬해와 향후 5년 재정운용전략을 짜고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 핵심의제와 지출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재정부서를 다그친 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오 의원은 이명박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치려고 하자 2008년 1월 퇴임을 앞둔 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경제부처는 경제계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부처는 시민적 권리를 대변한다. 부처간 협의를 해보면 언제나 경제부처의 목소리가 사회부처의 목소리보다 컸다”며 “그동안 사회부처 예산이 계속 증액되어온 것은 예산기능이 경제부처로부터 독립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인수격인 국정기획자문위 전문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재정 전략회의를 기재부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 하도록 해야 한다”며 “나중에 예산 배분은 총리실에서 조율하고 감사원에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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