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엑스포, 경제효과·지역개발 논란
"이번 대회는 시대적 가치 부재, 카지노 유치가 목적" … 바이오·로봇 등 첨단기술 선보여
13일부터 6개월 일정 개막
오사카·간사이국제박람회(엑스포)가 13일 개막했다. 1970년(오사카)과 2005년(아이치현)에 이어 일본에서 열리는 세번째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식 ‘등록 엑스포’다. 이번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이라는 주제어로 오는 10월 13일까지 6개월 동안 열린다.
일본에서 올해 대회는 1970년과 다른 의미를 갖는 듯하다. 1945년 패전의 폐허에서 고도성장을 이뤄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갖는 활력이 넘쳤던 당시와 다르다. 엑스포를 마치면 그 자리에 일본내 첫 카지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도 나온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설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2일 열린 개회식에서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을 내걸고 전세계인과 대화하고, 새로운 일본의 모습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158개 국가와 7개 국제기구가 참가한다.
첨단산업과 기술,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번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든 ‘iPS심장’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도시가스 원료로 전환하는 시설 등을 내놓는다.
일본 언론은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학 교수가 개발한 iPS세포를 활용한 바이오 부문에 주목했다. iPS세포는 인간의 성체 세포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의 일종으로 다양한 바이오 및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iPS세포는 재생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활용한 실물 제품이 나온 적은 없다”며 “이번에 이를 응용한 2개의 제품이 전시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오사카헬스케어전시관’에서 선보이는 ‘심장근육시트’로 오사카대학 스타트업이 iPS세포를 활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제품이다.
NTT는 세계 처음으로 차세대 통신기술 ‘IOWN’을 활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선보인다. 벤처기업 ‘스카이라이브’는 7~8월쯤 전시장과 오사카 시내를 연결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은 1970년 엑스포에서도 △휴대용 무선전화기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등을 선보였고 이러한 기술은 이후 상업화됐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최첨단 기술과 제품의 전시장으로서 엑스포의 기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등 이미 전기·전자부문의 첨단기술이 총망라된 전시회가 해마다 열린다. 5년마다 열리는 엑스포는 1851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돼 산업혁명 당시 선진 각국이 최첨단기술을 선보인 장이었지만 이제 그런 의미는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만국박람회 연구자 히라노 아키오미 교수는 엑스포 역사를 크게 3단계 발전 과정으로 봤다. 런던에서 시작된 초기 엑스포는 산업혁명의 파도속에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내놓는 자리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활기를 잃었다가 전후 세계경제가 고도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가 2기의 절정에 해당한다. 지금은 3기로 기후변화와 강력한 유행성 질병의 확산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눈을 돌리고 이를 해결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엑스포와 인간의 역사’를 저술한 사노 마유코 교토대학 교수는 “170여년에 걸친 엑스포는 그때마다 ‘세계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했다”며 “최근 엑스포가 역사의 전환기에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국민 세번째 개최에 관심 저조
오사카만 인공섬 ‘유메시마’에 짓는 전시장에만 2350억엔(약 2조3500억원)이 들어가 당초 예산의 두배로 늘었다. 운영비와 기반시설 정비 등까지 합치면 7600억엔(약 7조6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니혼종합연구소는 추산했다. 기타 각종 직간접적 비용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기업모금 등으로 채워지는 예산에 비해 수입은 턱없이 부족해 큰 적자가 기정사실로 보인다. 대회조직위는 폐막까지 282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체 운영비 1160억엔(약 1조1600억원)의 80%를 입장료 수입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막 전까지 1400만장의 입장권을 판매한다는 계획은 11일 기준 934만장에 그쳤다.
일본 국민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지지통신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 엑스포에 가보고 싶다는 일본인은 22.0%에 그쳤다. 65.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기업이나 자치단체가 대량으로 구매해 수학여행 등을 통한 학생들의 관람을 유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경제효과도 의문이다. 일본 정부와 대회조직위는 엑스포 개최로 오사카와 간사이지역을 중심으로 경제 활성화와 비즈니스 기회가 커져 약 2조9000억엔(약 29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20만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엑스포를 계기로 2023년 말 약 50조엔 수준이던 외국인 직접투자액을 2030년까지 100조엔(약 100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제국데이터뱅크가 11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치는 낮다. 조사대상 기업의 43.5%는 ‘기대한다’고 했지만, 56.5%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사카 등 간사이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은 58.8%가 기대한다고 했지만, 도쿄 등 간토지역 기업들은 기대치가 36.6%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유치단계부터 정치적 목적에 좌우돼 온 오사카엑스포는 거액의 국가 및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안팎의 곱지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 엑스포는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실패하면 비판받는 것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엑스포 장소에 2030년 카지노 개장
일본인들이 이번 엑스포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데는 대회가 끝나면 이 지역에 카지노 등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리조트단지(IR)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엑스포 개최부터 지역 정치세력인 ‘일본 유신회’의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정치권은 일찍부터 이곳을 개발하려는 구상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2008년 오사카올림픽을 유치해 지역을 개발하려던 계획은 실패했다. 현재 일본 제2 야당인 유신회는 오사카와 인근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전국적 기반은 약한 우익성향 지역정당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추진해 2018년 성공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헌법 개정을 위해 유신회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로 엑스포 유치를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시바 현 총리는 당초 엑스포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고,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와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었고 경제적 효과나 정권의 치적과는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해 여소야대로 전락하면서 유신회를 끌어들일 필요가 커졌다. 실제로 유신회는 지난달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공립고등학교 무상화 교육을 매개로 자민당의 손을 들어줬다.
엑스포 대회장 옆에서는 현재 2030년 개장을 목표로 리조트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과 국제회의장, 스포츠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오사카IR주식회사’는 연간 5200억엔(약 5조2000억원)의 매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그중 80%는 카지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노 히로미치 교수는 “오사카엑스포는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가 없고, 문제의 해법에 대한 고민없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카지노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 행사를 계획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각국은 저마다 전시관을 개설해 자국의 첨단 산업을 선보인다. 한국관은 전체 955㎡ 규모로 첨단 기술력과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는 3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됐다. 각 테마관에서는 AI와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한다. 한국의 날이 있는 다음달에는 K-POP 가수 등의 공연도 열린다.
일본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화성 운석’을 전시한다. 우주항공개발기구(JAXA)의 탐사기 ‘하야부사’가 소행성 ‘이토카와’ 등에서 채취한 암석도 있다. 미국관은 항공우주국(NASA)과 연계해 우주개발과 관련한 전시가 많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에서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11호가 가져온 암석을 전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중국관도 AI와 첨단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