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바로 입주인데…‘집무실·관저’ 어디로

2025-04-18 13:00:31 게재

청와대 복귀·용산 집무실·세종 이전 등 주장

민주 “용산 집무실은 써도 관저는 안돼” 중론

6.3 조기 대선에 맞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이 시작된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문제가 눈앞의 과제로 떠올랐다. “용산 집무실은 단 하루도 사용할 수 없다”며 기존 청와대로 가야 한다거나 “당장은 용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정부세종청사의 집무실과 관사를 사용해 시작해야 한다는 후보도 있다. 청와대에 하루도 들어가지 않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가져온 후과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집무실과 관련한 입장을 정해 미리 준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청와대 본관과 관저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 집무실 위치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과 관저의 모습.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크게 청와대 복귀파·용산파·세종시파로 분류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경수 후보,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청와대 복귀파에 해당한다. 홍 후보는 “청와대는 국격의 상징이고 나라의 상징”이라며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민주당 후보는 “청와대 개방과 함께 일부 시설이 철거되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 설치하는 것에 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 공간은 여민관을 사용하고, 대통령 관저는 기존 총리 관저를 활용하거나 대통령 안가를 개조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현 용산 집무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은 국민의힘 후보들 주장이다. 안철수, 양향자, 유정복 경선 후보는 일단 용산 대통령실로 간 뒤 청와대 또는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고, 나경원, 한동훈 경선 후보도 용산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후보는 “그 생각을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좋은 정책 만들고, 어떻게 하면 이기는 선택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민주당 후보,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세종시에서 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이미 세종에는 대통령 제2집무실이(계획돼) 있고 국무회의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가능성을 열어둔 편이다.

17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집무실을 어디로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용산 집무실이 있고, 청와대를 수리하는 문제, 세종의 청사를 새로 만드는 등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좀더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면서 “효율성과 보안성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캠프와 민주당에서는 “(용산으로) 간다는 것이냐, 아니냐”면서 해석이 엇갈렸다.

현 용산 집무실의 경우 도청 논란 등이 상존하고 있지만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전한 대통령실을 다시 옮긴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집무실에 딸린 위기관리 대응을 위한 이른바 ‘벙커 시설’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민은 민생위기에 힘겨워 하는데 수백억원을 들여 이전한 집무실을 3년 만에 다시 옮기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얻겠느냐”면서 “이 후보도 그런 사정을 고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대선 이후 당장은 용산집무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관저는 옮기는 것을 고려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란세력과의 완전한 단절을 원하는 국민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각당 후보가 확정되면 사전 합의를 통해 대선 후 바로 이전 작업이나 보수 등을 통해 집무 준비에 들어가는 절차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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