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2등’ 선 긋지만…양김, 차별화 고심

2025-04-21 13:00:17 게재

충청·영남권 경선 득표율 한 자릿수 그쳐

국민참여단 기대 … 대세론 극복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지역 순회경선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한 자릿수 득표율로 고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이 예상됐지만 90%에 육박하는 지지율(89.56%)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남·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100만명의 국민참여단 지지를 끌어낼 차별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20일 진행된 민주당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김동연 후보는 5.27%, 김경수 후보는 5.17%를 얻는데 그쳤다. 이재명 후보 대세론을 극복할 반전카드가 없다면 26~27일 호남·수도권 경선 후 결선투표 없이 경선이 끝날 공산이 크다. 이재명 후보의 독주 흐름은 이미 예견된 내용이지만 두 후보 입장에선 대선 도전의 의미를 찾기 위한 현실적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식이 ‘착한 2등론’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쟁상대라기 보다는 협력의 의미를 살려 정책적 보완재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당권이나 차기 대선을 노리는 행보를 벌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충청과 영남 당원의 경선 참여율이 지난 대선 경선보다 10% 정도 올라갔다”면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당원의 의지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차별화 전략’도 하나의 방법이다. 선거제·개헌 등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분야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국 자기 이야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김경수 후보는 지방 분권, 김동연 후보는 경제 정책과 관련한 대표 공약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물론 정책적 보완재나 차별화 전략 모두 일정한 세를 확보하고 지지를 받아야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두 후보간 단일화를 통한 1대 1 전략도 마땅치 않다.

일단 두 후보는 남은 기간 경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후보는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저와 김동연 후보가 경선에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고 있는 정책과 비전이 함께 가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다음 정권을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정당이라는 확신을 심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착한 2등’ 하려고 나오지 않았다. 끝까지 이기는 걸 목표로 하겠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제가 가장 적임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경제, 글로벌, 통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26일 호남권 당원들의 선택이 ‘이재명 90%’와 양김 후보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가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위한 응집력과 당내 다양성 확보 등에 대한 당원들의 판단이 이번 주말 경선에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본선에서 김경수·김동연 후보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재명 후보의 일방적 우위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경선이 너무 편안한 승부로 흐르면서 본선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네거티브에 대한 대비가 약화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경선에서 유력 주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먼저 건드리면서 예방 성격의 사전 점검이나 대응이 이뤄지는데 이번 민주당 경선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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