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재’ 국회…의원징계 요구만 한달에 2.5건씩
헌정사상 최대 규모 … 21대의 두배
‘무력화’된 윤리특위마저 만들지 않아
정치의 부재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반목과 막말로 점철된 거대양당 주도의 입법부가 고소고발이 난무한 ‘정치의 사법화’에 빠져든 데 이어 의원징계요구안도 헌정사상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이를 심사해야 할 윤리특위는 만들지 않고 있다. 심사도 하지 않을 징계안만 쏟아내며 상대 정당과 의원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이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9일 이후 임기가 11개월 정도 지난 22대 국회 동안 국회의원들이 올린 의원징계요구안은 모두 27건이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매월 2.45건씩 징계를 요구하는 꼴이다.
이는 헌정사상 가장 많은 규모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전에는 국회의원 임기 4년마다 평균 1건 정도의 징계안이 올라왔다. 전혀 없었던 시기도 있었고 많이 올라온다 하더라도 2건에 그쳤다.
1988년부터 시작한 13대 국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징계요구가 늘기 시작했고 18대에 57건으로 급증했다. 15대 44건, 17대 37건 등 의원들간 충돌에 따른 징계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임기 48개월 동안 ‘월평균 1건’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이후 ‘징계요구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19대에 39건으로 주춤했다가 20대 47건, 21대 51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월평균으로만 따지면 18대와 21대에 1건으로 넘어선 이후 2건을 훌쩍 돌파한 것은 22대가 처음이다.
22대 징계요구 대상자엔 국민의힘 의원 17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거대양당의 상대 정당 의원이 올린 징계요구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채 상임위때마다 삿대질과 반말, 고성이 오가고 상임위원장의 의사진행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만들어진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국회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윤리특위는 비상설특위로 전락한 후 22대 들어서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거대양당간 상임위원장 자리와 위원회 구성을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멈춰 있는 상황이다. 위원회를 의석수 비율로 할 것인지, 여야 동수로 둘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가 컸다. 위원장은 어느 당이 맡을 것인지도 주요 쟁점이다. 힘겨루기만 하다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어 넣어 놓은 꼴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윤리특위가 ‘무징계 면죄부’ 특위로 무력화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예 가동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정 의지의 부재로 읽힌다. 윤리심사자문위는 현재 국회의원의 사적이해관계, 겸직 심사 등의 업무만 할 뿐 윤리심사는 윤리특위에서 요청하지 않아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 의원은 “윤리특위를 만든다고 해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국회의 자정 의지와 능력 부재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