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따라 여행, 길 따라 역사 … 발로 확인한 55개의 수채화

2025-04-22 21:10:55 게재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여행/신정일 지음/깊은샘/2만5000원

‘봄날의 쓸쓸한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을 들를까, ‘한려수도 외딴 섬의 한 폭의 수채화’를 만나볼까.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여행’ 저자인 신정일 우리땅걷기 대표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철쭉꽃(경남 합천 황매산)과 바위 풍치(강원 평창 팔석정), 호수 절경(충북 제천 충주호), 적막을 머금은 산사(강원 춘천 청평산), 쪽빛의 절(경기 여주 신륵사), 삼남 제일 경승지(충북 괴산 화양동구곡)를 4월에 휘휘 돌고는 곧바로 5월의 푸름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경남 통영 미륵섬 장군봉에서는 ‘수채화’를 보고 충남 서산 보원사 터에서는 ‘쓸쓸함의 미’를 맛볼 것을 추천했다.

역사여행

서울 부암동에서는 봄볕 스미는 옛 정취에 빠지고는 독야청청 짙푸른 산림(경북 봉화 청량산)과 산수를 사랑한 선비가 만든 아름다운 정원(경북 영양 서식지)에서 아쉬운 봄내음을 보낼 수 있다. 강원 강릉 경포대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어딘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저자는 시시때때로 걸을 만한 곳을 직접 답사하며 글로 펼쳐냈다. 아니 걸어 다니며 동행한 풍광들이 선택됐다고 하는 게 더 옳을 게다. 그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남도에서 동해까지 관통하는 ‘해파랑길’을 만들었던 개척자다.

여행은 깊은 사색, 성찰과 맞닿아 있다. ‘역사’를 붙인 여행은 저자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해석과 200여장의 사진과 어울려 마음 먼저 달려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55가지 역사여행은 저자의 사십여년 ‘걷기’로 확인한 계절의 백미들을 조우하는 특별한 만남이다. 저자가 직접 세 번 이상 오르내리며 재확인한 곳들이다.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풍광,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더없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배경 음악 같지만 금세 본질이 된다.

그는 “답사는 어떤 곳을 가느냐도 중요하고 날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과 같이 가느냐에 있다”며 “답사를 통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땅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견문을 넓히면서 세상의 진풍경을 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이어 “답사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온갖 사물을 만나고 내가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행은 다 시기가 있다”며 “그때를 놓치면 그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것들이 다 건강할 때 떠나야 마음에 흡족한 여행이 되고 정신이 고양되는 여행의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라는 얘기다.

출발이 어려울 뿐 한 발 내디디면 되돌릴 수 없다. 저자는 “답사에서 돌아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떠나고 싶은 것은 이 땅의 아름다우면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풍경들이 내 마음속에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았다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저자 신 씨는 전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전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토털 다음의 카페 ‘길 위의 인문학 우리땅 걷기’에 글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관동-삼남 대로를 도보로 답사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 우리나라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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