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 칼럼

대선 예비후보의 ‘시체’ 발언과 키높이 구두

2025-04-23 13:00:00 게재

탄핵심판과 헌재 판결기간이 지연되면서 초조하게 마음 졸이던 국민들의 눈과 귀가 대통령 파면 판결로 조기대선이 결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피곤하다.

경선을 앞두고 대거 몰려나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의 조별 토론회에서 드러난 탄핵 관련 말바꾸기와 상대방에 대한 인신 공격성 발언들 때문이다.

20일 TV로 중계된 국민의힘 대선 예비토론에서 홍준표 경선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키도 크신데 뭐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연이어서 “생머리냐, 보정 속옷이냐 이 질문은 유치해서 안하겠다”고 정책과는 무관한 사적인 인신공격성 질문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맞받고 끝냈다.

시청자들에게 가학적 재미를 선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엉뚱한 발언으로 TV토론 자체를 희화화하는 이런 태도는 사실상 유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린다. 실례이며 전파 낭비다.

한 친구는 그 순간 지금까지 이유 없이 가볍게 보이던 한동훈이란 인물이 갑자기 세련되고 진중하게 보였다고 필자에게 전했다. 홍준표 후보가 원했던 결과는 아닐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과 당의 쇄신을 제안한 후보에게는 “시체에 소금 뿌리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이어서 안철수 후보의 윤 전 대통령 탈당 요구에도 “시체에 난도질 하는 짓, 그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해 윤 전 대통령을 두번이나 '시체'로 규정했다. 언어폭력이다.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막말이나 욕설, 아니면 말고 식의 사적 정보의 인신공격은 비공개 당원 회의에서나 하고 TV가 중계하는 공식 토론회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사적 인신공격, 공식 토론회에서 자제해야

대통령 파면으로 이제 더 이상 여당이 아니게 된 국민의힘 후보들은 국민의 관심이 누구의 키나 머리스타일이 아니라 그 머리 속에 든 생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홍준표 후보의 "재미있는” 말재간보다도 그가 경남지사 시절 적자를 이유로 관내 유일한 공공 요양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사실 등을 더 깊이, 오래 기억할 것이다.

국민의힘 다른 후보들도 “윤 어게인” 같은 극우파 지지자들의 외침에 현혹되어 어정쩡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거리두기를 미루는 이중적 태도 보다는 손절할 것은 하고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인격모독 발언이나 욕설에 가까운 저질발언, 경쟁자를 창피주려는 발언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보수논객의 대표격인 전원책 변호사는 며칠 전 YTN라디오에 출연해서 앞으로 조기대선 결과는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 중앙지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재판받는 모습이 전국민에게 중계될 것이고,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재수사까지 이뤄지면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명의 후보가 나왔지만 아직 본격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입장 정리를 끝내지 못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도 문제지만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설이다.

이제는 설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예 "경선이 진행중이지만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맞다"며 선출된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아예 시인했다. 22일엔 보수지지층의 '한덕수 대행 21대 대통령 국민 추대위원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촉구했다.

한 대행의 대학친구라는 박성섭 위원장은 출마시기까지 '5월 3~4일'로 추정하고 경선을 거친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를 예상했다.

당선가능성에 당외 인사를 후보로 추대했던 윤 전 대통령이 실패로 끝났는데도 또 다시 외부 인물을 추대하는 것에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당당하게 반대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한 정당이다.

대미 관세협상이 대선후보까지 바꾸나

22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현재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24일 열리는 한미 재무부장관 및 통상장관 협의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선 그의 “마지막 소명을 다하는” 대미협상도 터무니없는 양보나 굴욕적인 항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태도와 협상 결과가 이제는 한국의 대선 후보까지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내란 총리의 추악한 방탄 출마”라며 “본격적인 협상은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를 막기 위한 지체없는 탄핵까지 주장한다. 우리는 조기대선까지 이 짧은 기간 안에 또 다시 탄핵의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나라다.

언론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