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정치·갈라진 국민에 경제 추락·외세 엄습
성장률전망치 0%대, 잠재성장률 1%대로 하락
IMF ‘금모으기’ 같은 위기 극복능력도 부재
“가랑비 옷 젖듯 추락 … 양극화 커질 수밖에”
대한민국호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경제가 심각한 상황인 것은 IMF수준이지만 ‘단기 충격’이 아닌 구조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오랫동안 눌러놨던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얇은 표층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 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기는 내수와 수출이 함께 부진해지며 경기수축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로 볼 때 경기는 2025년 2월 29개월째 하강해 수축국면이 가장 오래 지속되었던 코로나19 위기(32개월)의 경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축의 심도 면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97.6)에 근접한 98.4를 기록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는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동행지수가 추세치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로 역성장했다.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다봤고 경제협력개발기구(1.5%)와 한국개발원(1.6%) 등도 비슷한 의견을 냈지만 국제통화기금은 1.0%, 불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7%, 씨티은행은 0.6%, JP모건은 0.5% 등 해외 투자은행이 연간 성장률을 1% 밑으로 낮춰 잡았다. 국내기관 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사에서도 0%대로 낮춘 곳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통상압력 등 외부요인까지 고려해 추가 하향할 수 있음을 시사해놨다.
잠재성장률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1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에 비해 0.2%p 낮춘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생산요소들을 이용해 도달할 수 있는 성장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에 5.08%에서 2006~2010년 4.07%, 2011~2015년 3.26%, 2019~2023년엔 2.33%로 떨어지더니 이젠 1%대로 낮아졌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와 경제활동참가율 감소, 정부·민간 투자 둔화, 기술혁신 및 R&D 투자 약화 등 구조적인 영향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갈라진 국민이다. 정치 양극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졌고 이는 ‘치유할 수 있는 능력’ 즉 위기극복능력의 부재로 이어졌다. IMF 시절의 ‘금 모으기’ 같은 국민 단합으로 위기를 넘어서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1~13일 전국 만 18세이상 1001명 대상 전화면접조사로 ‘신뢰여부’를 물어본 결과 거대양당의 신뢰도는 37%, 26%에 그쳤다. 검찰 26%, 공수처 29%, 법원 41%, 경찰 48%로 신뢰도가 50%를 넘는 곳이 없었다. 진영간 양극화도 강했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인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6%였고 진보진영의 국민의힘 불신도는 92%에 달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수축사회’를 예측한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은 “가랑비에 옷 젖듯 한국경제가 추락하고 있어 일시적 금융충격이었던 IMF때보다 더 힘들고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축사회로 접어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접어들어 양극화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