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 대응지수 '최하위'
1% 이상 배출국 58개 나라 중 54위 … 시민단체 "정부 직무유기" 비판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와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German Watch)가 8일(프랑스 파리 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7.64점으로, 조사대상 58개국 중 54위를 기록했다. 2010년 31위에서 불과 5년 만에 23단계나 추락한 것이다.
CCPI는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하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1~3위를 선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61위 가운데 57위를 차지했지만, 사실상 54위인 셈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모범적인 국가는 덴마크로 평가됐다. 그 다음으로는 영국 스웨덴 벨기에 순이었다. 개발도상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나라는 58개국 중 7위를 차지한 모로코다. 모로코는 내년 말 제2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 개최 예정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일본 호주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뿐이었다.
CCPI 평가 대상에는 온실가스를 전 세계 배출량의 1% 이상 배출하는 58개 국가만 포함된다. 평가에는 온실가스 배출수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추이,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기후보호정책 등의 지표가 적용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한국에 대한 평가가 나쁜 이유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INDC,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다수 선진국들에 비해 높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지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58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54위로 평가된 것은 국제사회의 수치"라며 "기후불량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박근혜정부 들어 후퇴를 거듭해온 기후변화정책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1)에서 우리나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논평을 내고 "8일 오전(파리 현지시간) 열린 COP21의 고위급 세션에서 정부 협상대표가 아닌 국회의원(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대리 연설은 기후변화 대책에서 '정부의 부재'를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신기후체제의 최종 합의를 좌우할 중요한 장관급 고위협상이 시작됐지만,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파리를 떠나는 등 정부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 역시 "최종합의안 협상을 수행하고 책임져야 할 협상수석대표인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조기귀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감축행동과 비전을 밝히는 연설을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부가 이번 COP21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회의원이 연설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맞다"면서도 "본디 고위급 세션에서 각국 정부 협상대표들의 연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가 갑자기 변경,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 "윤성규 장관은 이미 환경건전성그룹(EIG) 대표로 기조발언을 한데다가 통상적으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환경장관이 1주일 정도 참석해왔다"며 "각종 법안 등 제 19대 마지막 국회 정기회 때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많아 COP21 전체 일정에 윤 장관이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 파리 기후변화회의 협정문 막판 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