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 ‘중1 중간고사 이후’

2016-05-13 22:32:29 게재

“엄마~ 수학시험 세 문제나 못 풀었어!”

시험 실패 요인도 각양각색, 혼자만 못 치른 게 아니라는 위로 필요

중1 중간고사가 끝났다. ‘원래’라는 말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원래’ 공부를 좀 했던 하지 않았던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부담스럽고 숙제 같았던 시간이 첫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중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치른 시험의 충격, ‘우리 애만 그런가’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래도 동지들이 제법 많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시험의 패인을 찾아본다. 무엇이었을까. 엄마인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중1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유진(세종시 종촌동)씨는 “수학과 사회를 망쳤다. 수학은 시간이 모자랐다고 했고 사회는 공부가 좀 모자랐던 것 같다고 하더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했던 아이라 이제 와서 내가 공부를 봐 준다는 것이 오히려 간섭 같아 믿고 놔뒀다.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점수를 받아온 과목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다음엔 좀 더 해야겠다고 얘기를 해서 마음이 놓였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험결과는 그렇다 쳐도 공부에 대한 의욕마저 없어질까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때 듣도 보도 못하던 점수를 받아와 놀라고 시간이 지나면 그 점수를 자기 점수라고 인정하는 아이의 체념에 가슴을 치는 것이 중학교 엄마들의 현실이다.
초등학교 때는 붙잡고 앉아 문제도 풀어주고 잔소리도 했지만 중학생이 된 아이는 그러지도 못하고 부모도 눈치 보기 바쁘다.
이쯤에서 한번 객관적으로 내 아이의 노력을 점검해보자. 우리 아이는 잘 가고 있는 걸까. 과목별로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 봤다.

국어, 독해력 논리력을 묻지 않는다. 수업시간 ‘밑줄 쫙~’에 집중
대부분의 학교시험이 그렇지만 중학교 국어교과는 특히 수능이 추구하는 독해력, 논리력과는 다소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큰 그림에서 국어를 보기보다 지엽적인 지식들을 암기하고 적용하는 정도의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서모 강사의 ‘밑줄 쫙~’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일종의 ‘이해-암기-실례’를 통으로 암기해도 좋다. 수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확한 용어정리와 독해력을 위한 독서가 중요하다.

수학, ‘정수와 유리수’ 초등학교 ‘구구단’과 같아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며 귀염을 떨던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정수와 유리수를 배운다. ‘정수와 유리수’는 초등학교로 치면 ‘구구단’과 같은 단원이다. 숙지되어 있지 않으면 두고두고 애를 먹는다. 또한 중1 수학 중 특히 1-1 부분은 수학공부의 전체적인 베이스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수학교사나 강사들의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수와 유리수’, ‘1차 방정식’, ‘함수와 그래프’ 등 수학의 골격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이 시기에 배우기 때문이다. 혹시 ‘정수와 유리수’ 부분의 개념이 여전히 아리송하다면 좀 지루하다 싶어도 반복복습을 권한다. 여러 번 반복해서 개념을 익히다 보면 유레카를 외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뭐라고 해도 교과서 문제 반복만한 것이 없다.

과학, 문?이과 통합시대 열렸다
지금의 중2부터는 문?이과 통합교육이 시작됐다. 중1도 당연히 적용된다. 과학을 싫어한다고 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과목을 요점정리 한다면 좋겠지만 과학은 어떤 과목보다 요점정리가 빛을 보는 과목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물론이고 도표 그래프 사진까지 같이 요약해 정리해 놓고 반복해서 보는 것이 좋다. 반복을 하다보면 추가되는 설명과 내용들이 있을 것이므로 처음부터 빡빡하게 지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사회,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사회. 공부로만 여기지 말아야
중학교 1학년 1학기 부분은 사회과목 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지리다. 기후와 지형을 책으로만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외우기 시작하면 재미도 없고 힘들기 짝이 없다. 어은중학교 이은숙 교사는 “사회를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후나 지형과 관련된 관광지를 함께 배우는데 본인이 여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기는 과목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사회는 많은 교과목들 중 실용성이 돋보이는 과목임에 틀림없다.

초등학교 시절이 지났다는 것은 ‘엄마가 하라니까 하는 마지못해 하는 공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시험을 치르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말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부모들도 처음이라 그저 낯설 뿐이다. 정답이 없는 길, 아이를 키우며 걷는 길은 언제나 그렇다.
소재연(세종시 도담동)씨의 말에는 작은 울림이 있었다. “문산에서 올라와 타지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도 엄마도 긴장감이 많았다. 아이가 너무 떠는 것 같아 함께 계획을 짜 주었다. 같이 짠 계획을 달력에 써놓고 하루하루 표시하는 아이를 보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결과는 괜찮았고 아이도 해볼만 하다는 얘기를 했다. 특별히 해준 것은 없지만 아이가 긍정적으로 말해 줘 뿌듯했다.”
계획을 함께 세웠다는 것에 방점이 있지 않다. 아이의 긴장감을 봤다는 것에, 그것을 덜어낼 만한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공부해야 한다는 당위에 빠져 아이의 필요를 보지 못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힘 빠져 있는 아이에게 힘을 주고, 계획이 필요한 아이와 함께 계획을 세워보고, 목표의식이 없는 아이와 길고 긴 대화로 아이의 생각을 기다려주는, 상식적인 어른으로 내 아이 옆에 서 있는 것이 중간고사를 마친 내 아이에게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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