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관광산업'이다│⑤ 관광산업에서 한국경제 길을 찾다
모바일관광 시대, '관광벤처와 지역 협업'으로 경쟁력 높여야
스타트업에 체계적 지원 필요 … "인력 확보 어렵다" 한목소리
주민 소소한 삶 나누는 체험이 지역관광 역량
"관광 관심 후퇴 느낌" … 문체부 "관광기금 융자에 신용보증 시행한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정부가 관광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19년 업무계획에는 관광벤처 115개 지원과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108개 육성이 관광 분야 주력 정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아직도 관광산업 현장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정부 지원'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일신문은 '이제는 '관광산업'이다' 기획을 마무리하며 지난달 28일 내일신문 대회의실에서 2시간여 동안 관광벤처, 관광두레 현장과 학계, 문체부가 함께 하는 '관광산업에서 한국경제 길을 찾다'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에서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에서부터 관광벤처가 필요로 하는 정책,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지역관광 활성화 등이 논의됐다. 이날 좌담은 윤유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혜지 주식회사 수요일 대표,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 박명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 조성주 관광두레PD(이상 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윤유식(이하 윤): 인바운드를 보면 중국, 일본, 홍콩,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늘고 있고 특히 개별관광객(FIT)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관광을 즐기는 방식을 '디지털 관광'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숙박 등을 예약했지만 이제는 모바일을 포함,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동기 부여를 받고 의사결정을 하며 구매 활동을 한다. 관광벤처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여행에 IT를 더하는 흐름이다.
이에 더해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늘어나면서 근거리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관광이 지역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관광자원으로는 한계가 있고 관광객들이 지역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직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서 서울 제주 부산 정도만 가고 있다. 관광벤처, 관광두레를 중심으로 이런 얘기들을 편안하게 나눴으면 한다.
■주민이 주도하는 콘텐츠의 매력
류광훈(이하 류): 최근 관광정책은 산업적 고려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많이 오면 관광산업의 각 주체들이 자연적으로 이에 반응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산업의 각 주체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고 창업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 맥락에 관광벤처에 대한 지원이 있다.
관광두레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총괄을 하고 있다. 지역관광 관점에서 보면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창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서울에서 관광객을 보내면 받아서 소화하는 구조로는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 지역 청년들이 관광과 연결이 된다면 지역의 관광 역량을 키우고 지역 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관광은 지역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의미 있다. 여행 가서 먹고 자고 사는 것들이 실제로 그 지역의 경제와 직결된다.
중국 관광객들을 보면 80년대생 이후 세대의 회복세가 눈에 띈다. 산업과 지역을 키움으로써 한국관광의 질을 개선한다면 이들에게 충분한 경쟁력을 제시할 수 있다.
조성주(이하 조): 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콘텐츠는 신선하다. 진정성, 인간미, 솔직함은 굉장히 큰 매력이다. 천편일률적인 시설들이 갖고 있는 경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가변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과 관광객이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관광객은 방금 먹은 음식의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어 주민들에게 묻는다. 이런 여행은 긴장을 풀어주고 휴식과 여유를 준다. 관광비즈니스가 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주민 주도의 관광에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다.
가평군은 관광지지만 막상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을 볼 일이 별로 없다. 관광객들이 찾는 경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생활 내 생태 자원을 기반으로 작지만 소중하고 남다르게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광두레의 주민사업체다. 지역의 사회적 경제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윤: 관광두레는 지역 특색, 주민, 자연을 기반으로 한다. 같은 맥락에서 참여정부에서는 체험마을, 박근혜정부에서는 6차 산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관광에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볼 때 관광이 주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김혜지(이하 김): 주식회사 수요일은 문화적 관광을 표방한다. 수요일이 문화를 의미하는 날로 많이 쓰이는데 관광도 문화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수요일의 시골투어는 농어촌 농가, 맛집 등을 여행코스로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소개해 지역이 겪고 있는 관광에 대한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지역관광에 집중하는 거다.
이제 관광이 일상이고 일상이 관광이다. 전국에 5대 짬뽕이 있다. 이를 찾아가 먹는 것도 여행이다. 관광이 예전에는 주요 산업에 비해 밀렸다면 이제는 생활 속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성장을 시켜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역이다. 예컨대 관광선진국의 경우 도시와 농촌관광의 비율이 7:3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지역관광을 활성화시키는 세부 정책들이 수립돼야 한다.
임수열(이하 임): 프렌트립이라는 액티비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호스트들이 상품이나 경험을 올려 공유하면 플랫폼을 통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주로 20~30대들이 참여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여행을 할 때에도 모바일을 많이 활용한다.
정부 관광정책에 중요한 것이 인바운드를 늘리고 아웃바운드를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볼 때 얼마 전 일본 여행을 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당시 오타루라는 일본의 시골을 여행했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구글로 검색을 하며 다녔다. 그런 곳에는 단체가 이동하는 버스투어는 없다. 현지인의 후기가 많은 식당에 갔는데 이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관광두레가 플랫폼화돼 있다면 누구나 쉽게 그곳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에 정보가 부족하다.
지역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프렌트립의 경우, 이를 극복하려는 한 지역의 관광과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거다. 관광객과 그들이 원하는 관광인프라가 연결이 돼야 한다.
류: 지역의 문제 중 하나가 인구가 줄어드는 거다. 경쟁력이 부족한 근본적 이유가 된다. 지역이 직접 모바일에 정보를 공유하고 플랫폼을 운영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지역관광에 힘이 될 수 있는 관광벤처가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관광벤처들이 굳이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다. 예컨대, 지역의 빈 집은 조합을 만들어 공유숙박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지역 역량이 갖춰지면 인바운드 인트라바운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
박명순(이하 박): 관광벤처나 관광두레도 비어 있는 집들을 활용한 경우가 있다. 농어촌 관광이라고 해서 방문을 해 보면 화장실, 목욕탕 등 기본적으로 손님들을 받을 수 있는 하드웨어 구조는 만들었으나 소프트웨어가 없는 곳들이 많다. 정부는 지원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운영을 하기는 쉽지 않다. 역량이 있는 사람이 함께 하면서 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관광벤처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 새로운 관광벤처의 유입은 필요하다. 중앙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프로젝트를 하려고 할 때 지역을 모르니까 상상력이 부족하다. 관광객들은 이미 지역여행의 방식과 의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지역여행에서만큼은 대규모가 아니라 소규모로 다른 휴식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현실에서는 대규모로 '떡치기' 체험을 30분 만에 끝내는 방식으로 여행한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상품을 운영하기도 한다. 주민 주도 여행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윤: 단순 공급자 중심의 지역관광은 한계가 있다. 관광객의 욕구변화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관광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관광벤처에 세제 혜택 있어야
박: 프렌트립은 일반여행업으로 등록을 했다고 들었다. 자본금 1억원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 지원을 받지 못해 힘들었을 법하다. 이번에는 주제를 조금 바꿔 관광벤처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다들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하나.
김: 관광벤처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으레 투자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관광벤처들은 투자받기 어렵다. 야놀자의 투자를 받은 레저큐의 경우, 수요일 입장에서는 이미 대기업이다. 관광벤처가 필요하다고 할 때 자금을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 문체부를 통한 예비관광벤처는 3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관광벤처들은 초기, 중기 등 1년마다 지원돼야 할 정책들이 다르다. 수요일은 2017년 우수 예비관광벤처로 뽑혔고 상금을 받았는데 돌이켜 보면 실적에 많이 매달렸던 것 같다. 당시 조금 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임: 프렌트립도 문체부 관광벤처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문체부의 관광벤처 지원사업은 관광 분야의 하나의 공모전이다. 그렇다면 관광벤처가 관광 분야의 전체 벤처들을 대변하는지 고민할 때가 됐다. 이 공모전을 통한 지원을 받지 않은 관광스타트업도 많다.
생태계가 선순환을 하기 위해서는 관광스타트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체부, 중소기업벤처부가 협업해 스타트업과 관광을 연결하고 지역과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를 연결해야 한다. 예산도 문제가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예산이 10배 이상 많다고 들었다. 투자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이 나고 선순환이 된다. 관광스타트업 중에 에어비앤비가 나와야 한다. 관광벤처라는 테두리를 넘어 글로벌하게 파격적으로 성장할 때 가능하다. 제도, 예산 등과 관련해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류: 제조업이 판로를 개척할 때 수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로를 개척해 주기도 한다. 관광벤처들도 뛰어놀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관광벤처의 경우 여행업이 중심이 아닌데도 일반여행업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본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등록을 하는 경우가 있다. 5년 정도까지는 소비자 피해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일반여행업 등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자본금 요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중기부의 벤처 정책처럼 문체부도 관광벤처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세제 혜택이 없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투자를 할 요인이 없다. 때론 몇천만원, 때론 1~2억원 등 필요한 액수만큼의 지원도 그때그때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관광기금 융자의 경우, 정부가 위험을 안고서라도 관광벤처에 일부를 할당할 필요가 있다. 은행에 기금을 주고 은행이 판단하라고 하면 관광벤처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체로 등록하기 애매한 관광벤처들도 있다. 관광사업체에 해당하는 업종이 7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다.
박: 좋은 의견들 감사하다. 올해 일반여행업과 달리 자본금이 필요하지 않은 관광안내업을 관광업종으로 신설한다. 일반여행업 등록이 자본금으로 인해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했다. 또 관광진흥기금을 통한 융자의 경우 신용보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세 등 세제 혜택도 기획재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양질의 인력, 스타트업의 건강한 동력
임: 투자뿐 아니라 인력도 중요하다. 양질의 인재들을 확보하기가 정말 어렵다. 프렌트립의 경우 인턴을 채용하기 위해 직접 한 대학에 연락을 취했다. 인턴이 입사를 하면 업무에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예컨대 한 인턴은 색깔별로 지하철 여행상품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흥미롭다. 스타트업은 좋은 인재가 핵심이다. IT 인력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코딩 빅데이터 관련해서는 무료 교육이 많은데 관광벤처 관련해서는 교육이 거의 없다. 정책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실제 스타트업이 건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윤: 경희대의 경우 관광마이스를 주제로 하는 취업 아카데미가 있었다. 취업자 중에서 관광마이스에 취업하는 비율이 약 80%다. 이들이 취업하는 곳은 마이스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이다. 관광벤처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학생들에게는 기업 직무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관광벤처 관련 아카데미가 있으면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 관광벤처에 대해 배우고 실제 수요일에 입사를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모교에서 관광벤처에 다니는 첫 사례가 됐기 때문에 수요일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한다. 실제로 그 대학 출신들이 수요일에 이력서를 많이 낸다. 한 진흥원이 구인 공고를 내 보라고 해서 내 봤는데 이는 대기업 위주로 진행돼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관광벤처는 아이디어 기반의 사업이다. 수요일의 경우 지원자의 70% 이상이 시골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 수요일에 오면 농촌관광 코스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기업에 가면 할 수 없을 거다. 이런 것들이 관광벤처의 장점이다.
류: 그러나 지원자들에게는 관광벤처를 선택하는 데 위험 부담이 따른다. 아직은 대기업에 비해 근로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해 우수 인력이 관광벤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 중 하나다.
윤: 지금까지 관광두레, 관광벤처에 대해 얘기했다. 마무리 발언을 하자면 보다 큰 틀에서 문재인정부가 관광을 좀 더 밀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2주에 1번씩 관광을 직접 챙긴다. 정부는 관광산업에 일자리가 많은 것을 인식하고 더욱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김: 정책과 현장의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주식회사 수요일과 관광두레는 공통적으로 시골이 타깃이다. 오늘 좌담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조금이나마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조: 여행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하나의 형태다. 관광객들은 주민들의 삶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다. 대규모 관광객의 방문은 아니면서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주민사업체의 자립이 가능하게 하고 싶다.
임: 관광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은 일시적인 데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류: 관광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외부 환경에 잘 대응 했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관광정책에서 산업적 측면이 보다 고려됐으면 한다.
박: 현장의 얘기를 잘 들었다. 이런 좌담과 같은 작은 시도들이 관광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책을 펼칠 때 오늘의 논의를 유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