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책임제 내실화│② 비약물적 접근 강화 시급
약물 접근만으로 한계 뚜렷, 부작용도 우려
"치매자에 맞는 다양한 치유법 적용해야" … 지역사회 자원 활용 필수
5∼6년 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그런 만큼 치매노인도 급증할 게 뻔하다. 치매부담이 사회문제화되면서 문재인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증화 예방프로그램은 사실상 진행이 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태이며 치료현장에서는 약물접근법에 편중됐다.
이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약물치료의 한계를 직시하고 다양한 비약물 접근방식을 체계적으로 도입해 치매노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샤인빌시니어스너싱홈 원장(간호학 박사)은 "정신행동 증상에 사용하는 치매약물은 공격적이거나 망상이 심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등에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약물 복용 시 시설 등에서 낙상 위험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각 병원, 시설, 재가 등에서 사례를 연구하고 비약물적 프로그램의 표준화 작업과 가이드를 개발해야 한다"며 "결국 이를 바탕으로 치매대상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약물치료는 치매대상자의 우울감 호전, 인지기능 개선, 일상생활능력 호전, 정신행동증상 개선, 삶의 질 향상 등의 기대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분명한 치료가 없어 큰 부담 = 전세계적으로 치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배경에는 분명한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치매유형 가운데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생리병태가 점차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1993년 이후 콜린분해효소억제제가, 2002년 이후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이 개발돼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장기 효과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없고 되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성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 약물치료의 현황과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2018)에서 "이들 치매약제들이 일부 인지기능개선이나 치매증상 호전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 임상적 효과가 큰 것은 아니다"며 "투약여부는 부작용 여부, 개인별 증상, 투약 내인성,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만큼 개인에 따라 약물치료 외에도 비약물적 치료법을 병용 혹은 그 적용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재미있어야 = 비약물치료법에는 노래요법 미술요법 운동요법 원예요법 웃음요법 놀이요법 등이 있다. 이들 비약물치료법들은 국내외 많은 학계에서 인지기능장애 대인관계 기억손상 등에 대한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치료를 하는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이들 다양한 치료법들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체계적이지 않고 형식적 혹은 겉치레 홍보용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진 백석문화대간호학 교수는 "병원과 시설 등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상 어려움을 이유를 들며 약물복용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약물적요법을 경로당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복지관에 오는 노인은 한정돼 있으니 마을·동네 사랑방, 소규모 공간에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혜전대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비약물적 치유 접근을 할 경우 개인차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미라는 요소를 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매자 일상생활력 개선이 중요 =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치매자의 다른 질환 여부나 신체와 인지기능만 살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정서, 사회, 경제적인 상황, 여가활동 등 생활전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더불어 이런 비약물적 치료법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교육과 배치도 뒤따라야 할 부분이다.
김진훈 한국치료레크리에이션협회 사무국장은 "다양한 집단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운영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생활특성상 사회관계망이 부족해 고독감을 자주 느끼게 되면서 우울증은 물론 치매증상이 악화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다양한 집단활동에 참여케 해 인지자극은 물론 정서, 사회적 기능강화를 돕게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지역 경로당 프로그램을 보면 비약물적 프로그램 접근이 쉽지 않다. 경로당 이용 노인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노인의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형식적인 운영이 만연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보건소 등 노인관련기관 간의 통합관리시스템 운영 등 체계적인 관리도 미비하다.
김 국장은 "관련 전문가들이 노인의 기능수준에 맞는 여가경험 프로그램을 균형있게 분배,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며 "해당인력은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치매가 진행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의 신체기능평가, 인지기능평가, 정신심리평가, 사회적평가 등 포괄적 노인평가를 진행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의 질병을 이해하고 영양상태, 인지저하정도, 일상생활동작, 정서 상태 등에 따른 욕구를 파악해 인지, 신체활동, 대인관계 개선 등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럿이 함께 할 프로그램과 개별적인 적용할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잘 적용하면 치매대상자들의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진학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치매가 질환인 만큼 표준화된 약물요법과 비약물적 요법을 적용할 수 있으나, 표준이란 기준 안에 대상자를 끼워넣는 것이 어떤 질환보다 제한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진정 선행돼야 하는 것은 서비스제공자가 자연스럽게 만나 환자와 같이 놀아주고 눈맞추어주며, 대상자가 더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려하면서 '치매자 입장'에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