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선물처럼 외투가 쌓였어요"
620벌 기부한 종로구
"아침에 박스를 열어 보고 '와!'''하고 놀랐어요.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요."
이경자 종로구 총무과장은 지난 11일 퇴근 후,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 SNS 대화방에 짧은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 첫 겨울을 맞는 외국인 이웃들을 위한 외투 기부행사가 있으니 동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출근길에 전날 밤 빌라 1층에 만들어둔 박스를 열어본 이 과장은 깜짝 놀랐다. 외투 20벌이 박스에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저희 빌라는 10가구 밖에 살지 않는 소규모인데 그렇게 옷이 많이 걷혔을 줄 상상도 못했다"며 "함께 나눔에 동참한다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내일신문이 주최한 '어서 와 겨울은 처음이지? 외국인 이웃을 위한 겨울 외투나눔 대축제'에 620벌을 기증했다.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량이다.
종로구는 평소에도 외국인 이웃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타 자치구에 비해 외국인 이웃과 다문화 가정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참여 열기가 여느 때와 달랐다. 기부 물품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가 분명하니 직원들 참여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뿐 아니다. 행사 소식을 전해들은 동주민센터들도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웬만한 자치구의 2배 이상 기증 물품을 확보, 외투 나눔행사가 넉넉하게 진행되는데 단단히 기여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기증한 외투를 깔끔하게 세탁해서 나눠준다는 이야기에 특히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사고나 재해 등으로 구호품을 걷는 경우 공들여 모은 옷가지들이 주인을 못 찾고 도로 버려지는 일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비록 입던 옷을 주는 행사지만 깨끗하게 세탁해 포장까지 해서 전달한다니 주는 쪽, 받는 쪽 모두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며 "외국인 이웃들에게 서울시민의 따뜻한 환대가 전해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시 산하기관과 함께 이번 외투 나눔 행사에 참여했다. 마포구(450벌) 관악구(385벌) 서대문구(250벌) 등이 종로구와 함께 많은 외투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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