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숲 사이 백로 노니는 생태길

2020-06-25 11:42:09 게재

'송파둘레길' 한강·지천 21㎞ 연결

주민 쉼터, 도보관광 명소로 부상

"통상 둘레길이라고 하면 산이나 공원에 조성돼 있잖아요? 송파둘레길은 도심에서 강과 하천을 따라 걷는 유일한 길인 것 같아요. 이색적인 수변 식물과 생태를 느낄 수 있는데다 자연과 함께 예쁘게 가꿔진 정원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김진숙 서울 송파구 숲 해설사는 송파둘레길 '전도사'다. 매주 한차례 주민·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다채로운 동·식물과 하천의 유래, 송파구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을 더하는데 특히 자신만의 꽃이나 나무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라고 일러준다. 그는 "하루하루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모습만 관찰해도 문자 그대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송파둘레길 성내천 구간. 징검다리를 건너는 주민 앞에 백로가 앉아 있다. 사진 송파구 제공


송파둘레길은 민선 7기 박성수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대표 사업이다. 한강을 비롯해 성내천과 장지천 탄천까지 구를 에워싸고 흐르는 네개의 물길을 따라 걸으면 지역을 한바퀴 돌 수 있다.

성내천 등 일부 구간은 일찌감치 복원, 주민들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구 전체를 아우르는 순환형 둘레길로 연결했다.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풍납토성 남한산성 등 지역 주요 거점에서 한걸음에 닿는데다 놀이·문화·먹거리·쇼핑 공간과 바로 연결돼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1㎞에 달하는 순환형 생태길은 강과 천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1구간 성내천길은 6㎞. 야생화 군락지를 비롯해 벼농사 체험공간이 조성돼있어 도시경관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습지 식물과 조류 관찰지로 인기인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도 연결돼있다.

여름이면 아이들로 북적이는 물놀이장과 다양한 공연·행사가 이어지는 물빛광장, 자외선을 저장했다가 밤에 빛을 발하는 축광석(蓄光石)을 활용한 은하수 산책로 등이 주민들 발길을 붙든다. 박성수 구청장과 공무원 주민들이 기증한 느릅나무와 왕벚나무에 적힌 희망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2구간 장지천길 4.5㎞에는 '숲 속 푸른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숲의 향기와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에 유아숲체험원 글마루도서관과 연계한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옛 군부대 진입로 도로포장을 걷어내고 복원한 흙길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옆으로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은 때이른 더위도 잊게 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을 끼고 있는 탄천길 7.4㎞는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 흰목물떼새 백로는 물론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이 인기척에 아랑곳 않고 노닌다. 한강공원을 가로지르는 3.2㎞ 한강길은 레저 중심이다.

11월까지는 숲 해설사와 함께 각 구간을 걸으며 다양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둘레길에 살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운영한다. 탄천길에는 전망대를 조성한데 이어 삼전동과 잠실본동 주민들을 위한 데크를 놓고 성내천길에는 독서와 휴식을 더한 백로정을 더한다. 풍납동 백제역사탐방로, 위례둘레길을 함께 즐기도록 연결하고 생태체험학습이나 물빛음악회 등 다양한 교육·문화행사도 추가할 계획이다.

송파구는 둘레길이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생태적 사회간접자본으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송파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놀이 문화 먹거리 등 다양한 지역자원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종합 안내체계도 구축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주민들에는 휴식과 치유를, 관광객들에는 재미와 이야기를 주는 서울 대표 도보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며 "구간마다 특화공간을 조성해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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