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쟁판 되는 것 막아야
정치권, 차기 선거 위해 박원순 사건 활용 '난타'
'성추행 일상화된 집단' 낙인, 직원들 사기 추락
시정 공백 피해, 고스란히 시민에 전가
정치권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활용, 서울시를 난타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시정 공백이 시민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서울시에선 각종 현안에 대한 간부 회의가 열렸다. 박 시장 사망 후 기존 역점사업들 추진 및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이 주된 논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제는 호우 대비로 급격히 바뀌었다. 부산에서 집중호우로 3명이 사망하고 서울도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되는 등 비 피해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모 간부는 "일상적 시정 활동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1년 7월 발생한 우면산 사태를 언급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몰락을 가져온 것은 무상급식 이전에 우면산 사태였다는 것이다. 사건은 서울시 수방계획을 전면 재설계하는 계기가 됐지만 무너지기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는 이후 무상급식 논란을 겪으며 그해 8월 26일 막을 내렸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 운영은 잠시라도 긴장을 놓는 순간, 사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천만명 가까운 인구가 70만명 인구 경기 화성시보다 좁은 땅에 밀집해 살면서 교통, 상하수도, 화재, 붕괴 등 위험이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고 박 전 시장도 지하철 안전 사고로 곤혹을 치렀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인 김 군이 사망한 사건이다. 시 관계자는 "이 사건 또한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드러난 사례"라고 말한다.
시 관계자들은 이같은 경험 때문에 "시장 유고로 인한 지금의 비상상황은 시민 안전에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내홍을 겪는 서울시는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내몰려 있다. 정치권은 연일 서울시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일각에선 "다가올 가을 정기 국정감사에서 박 시장 시절 모든 주요사업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서울시를 집중 공격, 차기 시장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야당 공세가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관련 자료 요청이나 정보공개 청구가 몰려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의혹은 수사로 풀되 시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부분적이긴 하나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고 코로나로 주춤하지만 여전히 미세먼지도 우려되는 등 시민 안전 모든 분야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정쟁 수단으로 삼을 게 아니라 서울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정치 공방에 대응하느라 눈 돌릴 틈이 없다"며 "관련자들은 수사에 적극 협력하되 시정을 하루속히 정상화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출신 한 정치권 인사는 "서울시 직원 전체에 대한 '성추행 방조·묵인 집단' 낙인 찍기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이로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 그또한 시민에겐 손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