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죄는 '불'을 사용하기 때문?
인간 이외 모든 동물은 '불' 없이 산다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속이고 '꺼지지 않는 불'을 회양목 안에 넣어 인간들에게 몰래 전해준다. 제우스의 분노를 산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죽지도 못하고 '수리'(eagle)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3000년이 지나 헤라클레스가 수리를 죽이고 그를 구해준다. 그는 왜 이런 가혹한 형벌을 받았을까?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모두가 '탄소 배출원'이다. 살기 위해서 유기물을 섭취해 이를 산화시켜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한다. 음식물 소화 과정은 산화 과정이다.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불꽃이 보이지 않을 뿐, 나무를 태울 때처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음식물 산화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는 동물의 체온을 유지해준다.
음식에 포함된 유기물인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이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된다. 사람은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들이마시고 소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남은 산소를 공기중으로 내뱉는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섭취해야 하는 에너지 최소량이 '기초대사량'이다. 보통 성인의 기초대사량은 1300kcal다. 매일 이만큼의 에너지를 몸속에 공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쓸까? 1cal = 4.184줄(J)이고 기초대사량 1300kcal를 줄로 환산하면 약 546만줄, 이를 1초 동안으로 환산하면 63.2줄/초가 된다. 사람이 생존하려면 1초에 63.2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에너지량은 60와트(W) 전구와 비슷하다. 1와트(W)는 1초 동안 1줄(J)의 에너지를 내는 단위를 일컫는다. 60와트 전구 100만개가 동시에 켜진다면? 추운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추위를 덜 느꼈던 까닭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불'을 쓰는 동물이다. 인간은 불을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고 서식지를 넓혀나갔다. 구석기인들은 빙하기의 동토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은 매머드를 사냥해 그 사체를 먹고 나무와 거대한 상아를 태우며 추운 겨울밤을 버티는 법을 배웠다.
고대 인류 서식지 확대 시기와 경로, 거대 포유류 멸종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신들의 눈에 이런 행위는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탄소중립'이었다. 나무와 매머드는 살아있는 동안 자기가 흡수한 양만큼만 탄소를 뿜었다. 지구상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높아진 건 200년 전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이었던 나무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석탄으로 대체됐다. 20세기 이후 에너지원은 석탄에 석유가 추가됐다. 탄소중립이 화두가 된 지금도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화석연료'다. 석탄기 때 육지를 3km 두께로 뒤덮었던 식물체들이 화석으로 변한 것이다. 식물들은 4억년 전 지구대기의 80%를 차지했던 이산화탄소를 탄소동화작용(광합성)을 통해 몸속에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했다. 화석연료는 지금 우리가 숨쉴 수 있는 지구 대기를 만들어주고 땅속에 묻힌 우리 선조 생물체들의 시신이다.
화석연료 속에 있는 에너지는 4억년 전 식물들이 축적한 햇빛에너지다. 조상을 무덤에서 파내 불태우면서 '온실가스' '기후위기'를 탓하고 탄소배출권 거래까지 하는 게 지금 인간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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