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는 생생 일터뷰 | 용효진 비상교육 CP
“교육에 대한 애정으로 교재를 빚어요”
교육에 대한 애정으로 교재를 빚어요
시대가 바뀌면 교과서와 교재도 진화한다. 교재 개발자는 학문을 연구하는 자세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정책과 학교,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새롭게 단장한 비상교육 신사옥에서 10년 넘게 교재 개발에 힘쓰고 있는 용효진 CP를 만났다.
자신이 만든 교재를 소개하는 그의 눈빛이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무색하게 했다.
Q. 어떻게 수학 교재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교사로 일하다가 비상교육과 연이 닿아서 교재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교사로 일할 때부터 교재 개발에 관심이 있었어요. 시기별로 학생의 수준에 따라 적절한 교재를 선택해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으면 직접 구성하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교재 개발자의 길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성향과 맞지 않기도 했고요. (웃음)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크게 보면 여러 중·고등학생용 수학 교재를 개발하지만 업무를 세분화하면 각각 조금씩 성격이 다른,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교육과정이 발표되면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그에 맞도록 교재를 개편하고, 학교 기출문제도 수집해서 최근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교재를 사용하는 선생님의 피드백도 참고합니다.
교과서에 충실하고 개념 이해를 돕는 교재도 만들지만 교과서 외의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교재를 기획하고, 기존 교재도 주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출간 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가끔 문제를 풀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도 응대해야 하고요.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교재가 많이 판매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실제로 많이 팔리기도 했고요. (웃음)
Q. 교재를 개발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나요?
내년 중1, 고1 신입생부터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교재가 동시에 개발 중이기 때문에 교과서 팀과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많은 학생이 제가 만든 책으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허투루 할 수 없어요. 교육과정이 정확하게 반영돼야 하니까 용어 하나하나, 표현 방법까지 세밀하게 살피고 숙지하고 연구해요.
최대한 공부하기 편하게 구성하는 것도 중요해요. 문제 풀이를 쓸 수 있는 여백을 많이 둔다거나 학습 흥미를 돋울 수 있게 알록달록한 색을 쓰기도 하고요. 특히 중학 교재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씁니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잘 푼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Q. 여기서 많은 학생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겠네요. 수학은 대체 왜 배워야 할까요? (웃음)
교과서 같은 답을 드린다면 ‘논리적 사고’ 때문이죠. 개념을 적용해 차근차근 단계별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쌓인 논리력이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일단 개념을 완벽하게 숙지해보세요. 간혹 수학을 외워서 푸는 학생도 있는데 그러면 조금만 문제가 달라져도 풀기 어렵거든요. 물론 개념을 이해했더라도 여러 개념이 응용된 문제를 만나면 그 역시 풀기 어려워요.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면서 개념을 이리저리 적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교재 개발자에겐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아무래도 해당 과목에 대한 흥미는 기본이겠죠? 거기에 더해 굉장히 꼼꼼하고 집중력이 강해야 해요. 수학 교재를 만들 땐 문제 하나를 연구하더라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연구자처럼 혼자 수학 문제만 푸는 일은 아니기에 다른 팀과 소통하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발표되면 교과서 개정 작업과 교재 개발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거든요.
MBTI로 말하면 ISTJ나 ESTJ 성향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지만 MBTI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무엇보다 ‘교육’과 ‘책’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Q. 아무래도 교재니까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능력도 필요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도 줄고 교육 현장에선 매일 다이내믹한 일이 생기죠. 교육 정책도 계속 바뀌고 요즘은 디지털 교육 강화로 서책보다 태블릿 PC 사용이 늘고 있어요.
자연 계열 성향이 강하다면 글 쓰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는데 책을 만드는 일이기에 맞춤법과 교정·교열에도 능숙해야 하고 직접 원고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코너명을 만들더라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좀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겠죠. 결국은 ‘책’을 만드는 일로 귀결되거든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