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조은결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2024-10-04 13:30:22 게재

‘애니메이션+지구과학’으로 스토리보드 작가에 더 가까이

‘원격 수업 때 자택에서도 교복을 입고, 수업 시간에 대답과 질문을 가장 많이 하며, 교실에 있으면 수업이 성공적일 거라고 기대하게 하는 학생.’ 모두 은결씨에 대한 여러 선생님의 평가다. 만나기 전부터 한껏 기대했는데 엉뚱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애니메이션 이야기만 나오면 사뭇 진지해지는 모습이 꼭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았다. 스토리보드 작가라는 꿈을 찾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은결 |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경기 운암고)

조은결 |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경기 운암고)

사진 배지은

초등교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진로 바꾼 이유

은결씨의 학생부에서 유독 자주 등장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노래’와 ‘춤’이다. 잠깐, 전공이 뭐였더라? 애니메이션학과에 가려면 가무에 능해야 했던가?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지자 은결씨의 해명(?)은 이랬다.

“진로가 초등교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바뀌기 전에 진로선택 과목인 <미디어콘텐츠일반> 수업에서 스토리보드를 작성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직업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구체적인 진로를 선택할 시기가 되자 더 이상 진심을 감추기 어렵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을 향한 마음이 절박하다 보니 학생부에 깊은 인상을 남겨보고자 발표할 때 못하는 노래도 하고 춤도 췄어요. (웃음)”

고1 때 진로를 초등교사로 정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사람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서’였다.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교사의 본질에 큰 흥미는 없었기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탐구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가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더라고요. 2학년 말, 선택 과목도 다 정한 후였는데 고심 끝에 선생님께 진로를 바꾸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쉽지 않았던 선택 뒤에는 든든한 친구와 덕분에 생긴 확고한 가치관 그리고 용기가 있었다. 비판 의식도 있고 똑 부러지는 친구의 영향을 받아 나만의 주관이 생기고 시야도 넓어졌다. 그제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3 때 단편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것도 그 친구 덕분이었다. 은결씨까지 4명이 모여 약 3주간 영화를 찍었는데 비록 맡은 역할은 작았어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

“영화를 찍기 전에는 애니메이션 감독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있었는데 연출했던 친구가 저에게 스토리보드 제작을 맡겼어요. 내가 스토리보드에 그린 대로 영화가 찍히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아마 그때 스토리보드 작가에 대한 꿈이 생긴 것 같아요.”

교과에 애니메이션 더한 탐구로 열정 뿜뿜

진로를 바꾸고 고3이 되면서 학생부에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애니메이션 탐구에 속도가 붙었다. <지구과학Ⅱ> 수업에서는 화산섬의 이야기를 다룬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라바>의 노래 가사를 지구과학과 접목한 내용을 발표했다.

“과학 고증이 잘된 작품이라 적용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이때도 발표 시간에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불렀어요. 반응이 좋든 좋지 않든 적극적으로 발표하니 선생님도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없어도 일단 나서보세요. (웃음)”

뒤늦게 진로를 바꾼 탓에 애니메이션 관련 활동을 이어나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절박함은 곧 열정으로 바뀌었다. 은결씨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과목에서 애니메이션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기로 했다.

<수학과제탐구>가 대표적이다. 계열과 상관없이 수학 통계를 이용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탐구할 수 있어 공부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파고들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 영화 총 관객 수와 손익분기점을 조사해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것. 뿐만 아니다. <사회·문화>에서는 할리우드의 여성 차별을 의미하는 ‘셀룰로이드 천장’을 조사했고, <심화국어>에서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흥행 부진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다.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일을 넘어 진로로 고민하면서 산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어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사해보니 애니메이션 감독 중 여성은 정말 소수라서 안타깝더라고요. 또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아동 작품은 수익이 안정적이지만 그 외 장편은 제작 중인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열악하더라고요. 이제는 OTT 플랫폼도 많아졌고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니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도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애니메이션 공부 위해 전문대학과 함께 지원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은 예술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콘텐츠로서 애니메이션을 다룬다.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만화애니메이션과를 개설해 역사가 깊은 학교이자 실무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으로 우수 인력을 많이 배출했기에 만약에 떨어지면 재수를 해서라도 꼭 입학하고 싶었다.

은결씨는 세종대 종합전형, 상명대 종합전형과 교과전형 그리고 목원대와 청강대 애니메이션학과에 지원해 면접에 불참했던 상명대 종합전형을 제외하고 모두 합격했다. 세종대에서는 꽤 치열한 실기 시험과 면접을 거쳤다.

“주어진 주제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바로 면접을 봤어요. 자유 형식이라 제가 자신 있는 스토리보드로 나름의 답을 표현하고 설명할 때는 목소리 연기도 했어요. 많은 답변을 준비해갔는데 면접이 끝나가니까 이걸 얘기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남은 시간에 모조리 쏟아냈죠. 첫 마디가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였어요. 하하하. 사람에게는 몸이 기능을 멈추는 죽음과 사람에게 잊히는 죽음이 있는데 저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잊히지 않고 싶다고 말했어요. 아무래도 열정 넘치는 모습을 교수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하하.”

그렇게도 열망했던 학교였기에 수업 만족도는 최상이다. 고등학교 때는 여러 친구와 어울리더라도 묘하게 동떨어진 느낌을 받고는 했는데 지금은 비슷한 결의 친구가 많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앞으로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물었더니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를 꺼냈다. 음악에 열정적인 주인공 미구엘이 ‘죽은 자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저는 항상 행복했기에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근데 친구들은 한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더라고요. 제가 본질적으로 죽음의 어떤 면을 두려워하는지 애니메이션으로 탐구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일단 액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과제로 역동적인 2D 액션 신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요. 혹시 진로를 고민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라요. 저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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