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비어간다…5년 후 재정적자 100조원
저성장 고령화로 세입보다 세출 빠르게 증가
여야 조기 대선 앞두고 ‘증세 없는 감세 경쟁’
우리나라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재정적자 수준이 5년 후인 2030년에는 10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세수보다 세출이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감세 경쟁에 들어가 있다. 연금개혁 등은 ‘힘겨루기’에 막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4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보고서를 통해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재정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가 올해 85조5000억원에서 5년 후인 2030년에는 98조9000억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구조와 성장률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총수입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2.2% 실질성장률을 예상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30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 밑으로 떨어져 1.9%로 내려앉을 것으로 봤다. ‘성장률 1%대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인구는 올해 5168만명에서 2030년엔 5131만명으로 37만명이 줄어들고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3591만명에서 3417만명으로 174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65세이상 고령층 인구는 20.3%에서 25.3%로 뛰어오르게 된다.
저성장 고령화 영향으로 총수입은 올해 650조6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731조원으로 연평균 2.4% 증가하는 반면 총지출은 같은 기간에 676조3000억원에서 784조9000억원으로 3.2%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 문제는 정부의 의무지출을 빠르게 확대시켜 재정운영의 유연성을 크게 위축시킨다. 올해 총지출의 54.4%를 차지하는 의무지출비율은 5년 후에 57.8%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경우 수입이 현재는 지출보다 많지만 흑자폭이 빠르게 감소해 2040년에는 적자로 돌아서고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빠른 재정적자 확대는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 국가채무를 늘리게 된다. 올해 국가채무는 1270조4000억원으로 GDP의 47.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5년 후엔 1623조8000억원으로 GDP의 55.3%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감세 경쟁에 돌입했다. 조기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는 계산에 따른 행보다. 국민의힘은 초부자감세인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상속세율 인하 등을 제안해 놓고 있고 ‘부자감세’를 비판해온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연기에 이어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와 근로소득세 감세 계획까지 내놨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금융투자소득세 폐기로 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감세 경쟁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소득세 감세 등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며 “증세를 고민하지 않은 감세는 결국 누군가에게 세금부담을 떠넘기거나 후세대에 전가시키는 것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장래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정치적 계산’으로 거대양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합의에 근접한 ‘모수 개혁’을 먼저 처리하자는 ‘2단계론’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 법령과 제도 유지를 전제로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이 2072년에는 0.3%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가채무는 GDP의 173.0%수준인 7303조6000억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봤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