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사회적 대화 결실은 먼저 노사합의부터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대화 기관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로 출발해 2018년 현재와 같은 명칭으로 전환됐다. 경사노위를 뒷받침하는 법도 제정돼 있다.
일본에는 경사노위와 같은 기관이 없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그때마다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아베 전 수상이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혁에 관한 사회적 대화다.
아베 수상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일하는 방식 실현회의'를 발족시키고 10번째 회의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 계획'을 결정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노동시간 규제로서, 잔업 및 휴일노동을 포함한 총 노동시간의 상한을 노동기준법(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노사의 대립이 컸다. 경영자 단체는 반대 입장이고 노동자 단체는 찬성 입장이었다. 아베 수상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흉금을 터놓고 책임 있는 논의를 노사에 부탁한다"며 노사의 협의에 맡겼다. 경영자 단체인 경단련과 노동자 단체인 렝고는 약 2주에 걸쳐 협의를 지속해 노사합의에 이르렀다.
노사합의에는 벌칙이 딸린 잔업 휴일 노동(초과노동)의 상한 규제 도입이라고 하는 노동기준법 70년 역사에서 특필할 만한 대개혁에 합의했다고 노사모두 그 의의를 밝혔다.
노동시간 규제 노사협의에 맡긴 아베식 개혁
구체적으로 초과노동의 상한 규제는 다음과 같다. 초과노동의 상한 규제는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한다. 단 일시적인 업무량의 증가로 불가피한 경우 그 상한은 다음과 같이 한다.
첫째, 연간 초과노동은 연간 720시간(월 평균 60시간) 이내로 한다. 둘째, 휴일노동을 포함하여 2개월 또는 6개월 평균 80시간 이내로 한다. 셋째, 휴일노동을 포함해 1개월에 100시간을 기준치로 한다. 넷째, 월 45시간을 넘는 초과노동은 6개월을 넘지 않는 것으로 한다. 이러한 상한 규제를 초과하는 경우 벌칙규정을 두어 실효성을 담보한다. 노사가 최종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것은 '1개월에 100시간을 기준치로 한다'고 했는데 100시간 미만으로 할 것인지 이하로 할 것이지였다. 렝고는 전자, 경단련은 후자를 주장했다. 최종적인 판단은 아베 수상에 일임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100시간 미만으로 결정됐다.
이상과 같은 노사합의 내용이 상기한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 계획에 기재되어 그 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법 규정의 개정이 추진돼 현재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당시 아베 수상은 여당이 국회 과반수를 크게 넘는 가운데 표결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 부칠 수 있었으나 법안이 노사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는 내용이므로 당사자의 합의를 존중했다.
노사 당사자는 수상의 요청을 받아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서로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내어 노동기준법 70년사에 역사적인 초과노동의 상한 규제를 도입하게 됐다.
일본은 경사노위와 같은 상설적인 사회적 대화 기관이 없지만 노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할 때 단발적인 노사정 회의를 열어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상설적인 대화기관이 없기 때문에 노사정이 서로 협의를 존중하는 구심력이 생기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사노위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대화 기관이지만 주제에 따라서 노사의 의견이 너무 커서 적기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힘든 경우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노사가 스스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맡겨 상호 존중과 책임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실 있는 사회적 대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기관의 존재감 높이길
노동정책 관련 법안이 노사의 합의가 없는 가운데 국회로 넘어가면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의 격한 대립 상황이 벌어져 법안이 통과되어도 반대 입장에 선 측에서는 법 준수 의식이 낮아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개정의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는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노사의 합의를 얻을 수 있는 경사노위의 운영을 기대한다.
또한 경사노위가 상설기관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면서 사회적 대화 기관의 존재감을 높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