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건조 강풍’ 3월 하순 영남 산불 확산 조건 최악이었다
기상청, 기후특성 분석 결과 … 환경부, 폐기물 처리 등 지원
올해 3월은 변덕스러운 날씨의 집합체였다. 3월 중순까지 뒤늦게 많은 눈이 내렸고 하순에는 이례적인 고온·건조 현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됐다.
기상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3월 기후특성 분석을 2일 발표했다. 3월 전국 평균기온은 7.6℃로, 평년(6.1℃)보다 1.5℃ 높았고 1973년 이래 7위를 기록했다. 특히 하순 기간의 평균기온은 10.9℃로 역대 3번째로 높았다. 62개 관측지점 중 37개 지점에서 3월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역대 순위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인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총 53년 중의 순위다. 전국 평균값 산출에 활용한 관측 지점은 62곳이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강수량은 48.3mm로 평년(56.5mm) 대비 89.3%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3월 초(1~5일)에 30mm 이상의 많은 비 또는 눈이 내린 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특히 21~26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27~29일에도 3mm 내외의 적은 강수만 기록됐다.
◆눈폭탄 등 이례적 현상의 연속 = 특이한 점은 3월 전국 눈일수가 4.4일로 평년보다 2.3일 많았고(역대 3위), 내린 눈의 양은 6.8cm로 평년보다 3.8cm 많았다는 것이다. 2~5일에는 우리나라 북쪽에 찬 공기를 동반한 고기압의 확장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원영동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또한 15~18일에는 북극 상층의 찬 공기를 동반한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전라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반면 하순에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p 이상 낮았고 강한 바람까지 동반되며 산불 발생 및 확산이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 특히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평년보다 7.1℃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3월 23~25일 남쪽 이동성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에서 한반도에 서풍 계열의 강풍 환경이 형성됐다.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기압 배치로 인해 한반도 상공으로 평년보다 5m/s 이상 강한 서풍이 유입됐다.
특히 3월 25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는 중부지방으로 저기압이 지나며 남북 간 기압차가 극대화되었고, 저기압 후면을 따라 남하한 찬 공기가 3월 25일 낮 동안 가열된 지상 공기와 만나 매우 강한 바람과 돌풍을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일부 산불 지역에서는 3월 최대순간풍속 극값이 경신됐다. 영덕 자동기상관측장비(ASOS)에서는 25.4m/s로 관측 이래 가장 강한 3월 하순 일최대순간풍속을 기록했다. 또한 하회(안동) 자동기상관측장치(AWS)에서는 27.6m/s, 옥산(의성) 자동기상관측장치에서는 21.9m/s 등에서 1997년 이래 가장 강한 3월 일최대순간풍속이 기록됐다.
일반적으로 큰 기압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낮에는 지면 가열로 대기 혼합에 의해 풍속이 강화되다가 야간에는 잦아드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3월 25일에는 북쪽을 지나는 저기압에 의한 기압계 바람이 지배하며 밤까지 바람이 강해 산불 확산이 가속화됐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험하지 못한 날씨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해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 등 복구 지원 = 한편, 환경부는 경북·울산·경남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폐기물 신속 처리와 수도시설 긴급 지원에 나섰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1일 “산불 피해 주민들의 안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 재난 폐기물 신속 처리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복구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산불 잔해물 처리를 위해 본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대구지방환경청 등 직원들로 구성한 ‘폐기물 처리지원반’을 지난 3월 31일부터 가동했다. 이 지원반은 중앙합동조사단과의 피해 조사와 재난폐기물 수거·처리 지원, 현장 어려움 해소 등의 역할을 한다. 한국환경공단 등 산하기관 직원들로 구성된 기술지원단도 운영해 임시적환장 선정 등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현장 자문을 병행 중이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등의 정수장 10곳을 포함한 수도시설 45곳에 대한 긴급 복구 작업도 착수해 3월 31일 기준으로 안동시 수도시설(스마트 계량기) 1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안동시 스마트 계량기는 이달 안으로 복구될 예정이다. 현재 피해지역 내 수돗물은 모두 정상적으로 공급 중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병물 세탁차량 생필품(빵 음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20여명을 현장에 파견해 피해지역 수도시설에 대한 기술지원을 실시하는 등 피해 복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