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접도구역 수목관리 제대로 안한다

2025-04-03 13:00:07 게재

방치된 수목 산불확산 촉매

중앙·서산영덕도로 피해 커

고속도로 접도구역의 수목·잡초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로 위 차량으로 불이 옮겨붙으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 산불 이재민들, 농사로 일상 되찾기 노력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2리 주민들이 안동체육관 임시텐트에 머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늘밭과 땅콩밭을 오가고 있다. 사진은 마늘 밭에서 일하는 주민의 모습. 안동 연합뉴스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발생한 경북·경남·울산 산불이 고속도로 옆 접도구역을 타고 번져 휴게소를 태우고 도로 위 차량을 위협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중앙고속도로와 서산영덕고속도로의 피해가 컸다. 접도구역은 도로와 붙어 있는 땅으로 도로가 확장될 것을 대비하거나 차량 이탈사고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용도로 지정한다. 고속도로는 10m 이내다.

실제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 쪽 산불로 인해 중앙고속도로 일직터널 부근에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산불이 일직터널에서 서산영덕고속도로 안동분기점까지 양방향으로 번졌다. 특히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을 타고 불길이 안동·청송 방향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고속도로에 차량 수십대가 갇혔다. 특히 접도구역 수목·잡초에 불이 번지면서 발생한 열기로 차량 내부가 뜨거워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검은 연기 때문에 차들이 저속운행을 할 수밖에 없어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시 대구 방향 진행 차량 수백대가 남안동나들목 부근에 갇혀 오고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의성군 신평면과 남안동CC 쪽에서 산불이 넘어오는 상황이었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 아찔한 상황은 다행히 정체 구간 후미에 있던 차들이 방향을 바꿔 역주행하면서 해소됐고, 대규모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고속도로를 덮친 산불은 위험한 상황들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특히 중앙분리대와 분기점 녹지에 조성된 수목과 잡초, 양쪽 도로변에 있던 덩굴류 잡목들에 불이 붙으면서 고속도로가 산불 영향권에 들어갔다. 고속도로 보호난간을 넘어온 나뭇가지도 불탔고 덩굴류 잡초들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산불 확산기간 동안 양방향 통행이 차단됐던 서산영덕고속도로 접도구역 수목도 거의 전소됐다. 청송휴게소 등 양방향 휴게소가 불에 타기도 했다.

이는 접도구역 수목·잡초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커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지난 2021년 11월 산불 예방 단계에서 도로변·비탈면 고사목, 삭초(깎은 풀) 부산물 등을 제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속도로 인근 산불 대응 매뉴얼’을 제정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이번 산불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중앙고속도 접도구역 수목관리는 엉망이었다. 군위나들목에서 대구 방향 도로변에는 밀식된 소나무 가지들이 도로 위로 넘어왔고 밀도도 높았다. 장천터널에서 졸음쉼터까지 양방향 도로변은 물론 중앙분리대 수목들도 전혀 관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고속도로 절개지 사면도 덩굴류와 잡초들이 뒤엉켜 있었고 보호난간이 없는 곳은 잡초가 도로 경계선을 넘어올 정도였다.

평소 중앙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A씨는 “중앙고속도로 대부분 구간 수목과 접도구역 잡목·잡초들이 방치된 상태”라며 “의성산불을 계기로 산불 등의 재난에 대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특성을 고려한 식재밀도 완화, 수목 특성·위치별 차등 관리 등 산불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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