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50주기' 추모행사 박정희광장서 열려
18일까지 '광장전' 개최
동상 옆 전시회는 불허
박정희 유산정권 당시 ‘사법살인’ 등으로 비판받았던 ‘인민혁명당 재건위 조작사건’ 이른바 ‘인혁당사건’ 50주기를 앞두고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주의를 바라본다’는 취지의 추모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특히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동대구역광장에서는 ‘광장전’이라는 전시회가 개최된다. 동대구역 광장은 지난해 12월 대구시가 ‘박정희광장’이라고 명명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한 곳이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는 7일 “올해는 인혁당 사건이 발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비상계엄과 내란, 탄핵심판 등으로 혼돈을 겪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인혁당 사건을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동대구역 광장 전시회는 한국 민주주의 연대기인 ‘암흑의 날로부터’와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빛나는 민주주의의 사물들’ 등 크게 2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암흑의 날로부터’는 인혁당재건위사건이 일어난 1975년부터 2025년까지 50년을 50명의 시각예술가가 1년 단위로 하나의 포스터로 만들어 한국민주주의의 50년사를 보여준다.
‘암흑의 날’은 1975년 4월 9일을 말한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정권 연장을 위해 계엄을 남발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선고 18시간만에 8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사법살인이 있었던 날이다. 50명의 시각예술가들이 1975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로 민주주의 주요 사건과 인물, 장면 등을 담은 50개의 포스터를 제작해 전시한다.
또 광장으로 시민들이 들고 나온 피켓 깃발 응원봉 조끼 머리띠 등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든 책 사진 등 사물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전시된다.
한상훈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는 “당초 동대구역광장에 세워진 박정희동상 옆에서 전시회를 열려고 했으나 불허됐다”며 “박정희정권이 자행한 사법살인의 희생자 상당수가 대구경북 출신이고 이들의 가족들이 대구에 살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추모행사도 열린다. 오는 9일 오전 11시에는 현대공원 열사 묘역에서 합동참배와 추모식, 11일에는 경북대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심포지엄, 18일에는 대구YMCA 100주년 기념관에서 ‘헌법과 법란’(초청강사 박상철)이라는 특별강연 등이 각각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영남대 통일동산에서 추모주간 선포식과 문화제가 열렸고 30일에는 동성로 입구 광장에서 통일열사의 발자취를 찾는 근현대사 기행이 개최되기도 했다.
인혁당사건은 1975년 4월 9일 박정희정권이 ‘북한의 지령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등 대구 경북출신 4명과 김용원,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등 8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18시간만에 집행한 사법살인을 말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이라고 발표했고 2007년에는 법원의 무죄선고에 따라 국가배상이 결정됐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