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공약·사업 위기에 지자체 비상
불확실성 속 실종·표류 가능성
조기대선 공약 밀어넣기 사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약속했던 사업들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자칫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이 실종하거나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나 임기 중 새로 약속했던 주요사업에 대해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부산시는 비상이다. 사활을 걸었던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이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이미 부산은 인천에 경제규모가 뒤처진 데다 2030년이 지나면 인구마저 3위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두 사업 모두 윤 전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사업이었지만 결과는 없다. 가뜩이나 노조 반대와 정치권 논의 부진, 타 지자체 형평성 문제 등이 겹치며 논의가 더뎠는데 탄핵으로 기대를 완전히 접게 됐다.
전남도의 숙원사업인 ‘전남 국립 의과대학 신설’도 추진동력을 잃은 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전남을 찾아 “어느 대학에 할지 전남도에서 의견 수렴을 해서 알려주면 우리도 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목포대와 순천대가 어렵게 통합에 합의하고 2026학년도 정원 배정과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늦어도 오는 5월까지 정원 배정이 이뤄져야 의대 신설이 가능하지만 조기대선에 접어들면서 신설 논의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통합신공항과 행정통합 등 대구·경북 핵심현안도 안개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대구시가 공영개발방식으로 전환,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를 정부에 요청해왔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던 대구경북행정통합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북도의회 동의절차라는 내부과제를 해결하고 차기 정부의 지원으로 국회입법절차로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전시는 대전 소재 은행 설립이 문제다. 당초 공약이었던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은 우여곡절 끝에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월 한국신용데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4개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인 ‘한국소호은행’ 본사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6월쯤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조기대선이 6월로 확정된 가운데 일정대로 선정결과가 나올지부터 오리무중이다. 특히 대전시 등이 그동안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전북도 역시 윤 정권 시기에 시작한 제2경찰학교·2036 하계올림픽 유치 등이 임기 중단에 따른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수도권 접경지역 규제완화’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줄어들거나 대선을 의식해 수도권 역차별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역시 수도권매립지 해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E노선 신설,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대표적인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무엇보다 조기대선에 쏠리고 있다. 차기정부 공약에 포함된다면 주요사업들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을 향한 지자체의 구애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박형준 부산시장은 탄핵 선고 직후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대선공약을 지역의 전략사업들과 연계해 발굴하고 관철시키는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지역 주요 현안들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대선공약”이라며 “다음 정부가 지역현안을 주요 공약에 넣어야 이를 해결할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방국진 곽재우 이명환 곽태영 김신일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