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포고령 안따르면 우리가 체포돼”
임정주 경비국장 “국회봉쇄 재고 요청, 묵살”
전 기동대장 “김봉식 무전지시 들어” 증언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후 처음으로 열린 ‘12.3 내란’ 사건 형사재판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르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특히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은 조 청장으로부터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당할 수 있다”며 국회봉쇄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3차 공판을 열고 임 국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임 국장은 ‘12.3 내란’ 사태 당일 밤 11시 35분쯤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완전 통제하라고 서울청에 전달하라’는 조 청장의 지시에 따라 오부명 당시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 청장 변호인은 임 국장에게 “조 청장이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 그대로 해라’고 말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임 국장은 “명확히 기억난다”고 답했다. 임 국장은 다만 “그런 상황을 보실 때 말씀하셨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체포’ 단어를 쓴 것은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임 국장은 검찰측이 “조 청장이 TV로 국회 경내로 진입하는 계엄군을 보고 지나가는 말로 ‘이제 왔네’ ‘늦게 왔다’고 한 게 맞느냐”고 묻자, “그 뉘앙스”라고 답했다. 국회 통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논의하거나 회의한 건 없다”면서 “조 청장은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계엄 선포 수 시간 전에 받았다. 4시간 동안 많은 생각과 판단을 했을 텐데 그걸 경황없는 경비국장한테 상의할 거라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임 국장은 ‘12.3 내란’ 사태 당일 오 전 차장으로부터 “전면 통제를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국회 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조 청장에게 보고했지만, 조 청장은 “우리가 처발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국회 봉쇄를 다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재판에는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 외곽에 배치된 박만식 전 서울청 3기동단 34기동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당시 “최창복 전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의 지시를 받고 국회로 출동했다”며 “국회 출입을 차단하라”는 김 전 청장의 무전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측이 “계엄군의 국회 침입을 왜 제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전 기동대장은 “그와 관련된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면서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기록에 남는 무전을 통해 해당 내용이 나왔기 때문에 국회 봉쇄는 사전 논의된 사항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과의 마찰 방지 업무에 주력하고 있었고, 계엄이 해제되면 그대로 조치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 등의 국회 출입을 막고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조를 편성한 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봉쇄와 전산실 서버 탈취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건강상 이유로 보석 석방된 조 청장은 이날 혈액암 치료 문제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다음 공판에서 구민회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 등을 불러 ‘정치인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경찰 지휘부, 군 관계자 재판의 병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