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불법계엄으로 봉쇄당했던 국회, 국회경찰대를 창설하자

2025-04-09 13:00:01 게재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의장과 제1야당 대표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자의적으로 초래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초인 입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국회 경호가 임무인 국회경비대가 계엄해제 의결을 위해 모인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문을 열라는 국회의장의 요구마저도 묵살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이 사건으로 회기 중 회의장과 그 주변 등 국회 안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국회 경호·경비 운영체제에 대한 대폭적인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출입문과 울타리 등에 대한 외곽경비를 행정부 소속의 경찰관으로 구성된 국회경비대에 맡겨온 방호체계는 더 이상 헌법기관인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물리적·기능적으로 온전히 보호하지 못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 경호·경비 체계는 3선 방어개념을 따른다. 첫번째 경호구역은 국회 경위가 담당하는데,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서의 질서유지와 방청 및 참관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두번째 경호구역은 국회 내 주요 건물 방호와 경비, 청사 출입 업무를 방호직이 맡는다. 세번째 경호구역은 국회 외곽경비와 출입문 경비, 국회의장 공관 경비 등을 국회경비대가 담당하고 있다.

국회 경호 이원적 지휘체계 취약성 드러내

하지만 국회경비대는 파견 형식으로 행정부의 지시를 받아왔다. 그런데 국회의장과 서울경찰청장에 의한 이원적 지휘체계는 이번 사태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와 같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국회 스스로 기본적인 질서유지를 위한 전담 조직의 설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 연방의회는 1828년부터 독립적인 경찰력을 갖췄다. 일찌감치 연방의회경찰(USCP, The United States Capitol Police)을 창설한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도들이 차기 대통령 당선인인 조 바이든의 인준을 막기 위해 연방의회를 점거한 폭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의회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방의회는 정보국까지 설립해 최신 위협정보를 수집·평가하고 대비한다. 지난 2024년까지의 연간 위협평가는 8000건을 훌쩍 넘는다. 현재 미국 연방의회 방호는 2400여명의 의회 경찰관이 전담한다. 이들은 535명의 상·하원 의원을 경호하면서 의회에 대한 외부의 압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서 “의장은 연방의회 내에서 가택권과 경찰권을 행사한다. 연방의회에서는 의장의 허가가 없으면 수색이나 압수는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회 의장에게 의회의 기능 보호를 위한 권한을 법률이 아닌 헌법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 국민과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민의를 반영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러한 개방성과 민원 증가 등에 따라 경비·보안의 취약성이 점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처럼 열린 공간이라는 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평온이 훼손될 뻔한 상황을 통렬하게 경험한 이상 국회의 경비·경호 시스템의 강화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되었다.

제22대 국회에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명칭은 다소 다르지만 ‘국회경찰대’ 등의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법률안들이 다수 제출되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찰력을 보유하려는 국회의 노력을 안된다고 가로막고 나설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회 경찰권 확립 미룰 수 없는 현안

미국과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의 의회는 자주적인 경호·경비 체계를 갖추어야만 온전한 국가적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칭 ‘국회경찰대(Assembly Police)’를 창설해 국회의 독립성과 안전을 보장할 실질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회가 물리적 공간의 안전을 넘어 헌법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더 이상 국회경찰권의 확립을 미뤄선 안된다.

이상훈 대전대 교수 전 한국경찰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