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위권 당락 가르는 국어, 매일 공부해야 통한다

2025-04-09 13:00:18 게재

2028 수능부터 변화 예고, 독해력과 어휘력이 핵심 … 고교 학년별 맞춤 학습법에 주목해야

2028년부터 달라지는 수능을 앞두고 상위권의 당락을 결정하는 복병인 국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른 영역의 출제 범위는 축소됐지만 국어는 기존 수능과 큰 차이가 없다. 상대평가는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에 앞으로 상위권을 가르는 과목이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국어는 수학이나 과학에 비해 단시간에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고 당장 공부 시간을 줄여도 크게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 많은 학생이 국어를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일단 높은 등급이 나온 후에 국어 공부를 놓았다가 수능에서 등급이 급락해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국어는 다른 과목처럼 명확한 범위가 없고 공부를 해도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 모두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현직 국어 교사들은 국어는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훈련만 한다면 반드시 성적이 오른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어휘력과 논리적인 독해 습관이다.

그렇다면 수능 국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일단 고1은 국어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은 시기다. 모의고사 지문을 읽고 요약하는 훈련만 해도 충분하다. 고2~3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히고 반복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분석한 다음,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직 국어 교사들과 함께 수능 국어의 체계적인 학습법과 EBS 연계 전략, 각 학년별 맞춤 학습법을 알아본다.

수능 국어 영역(홀수형)의 16번 독서 문제는 인터넷 카페 이용자 간 대화를 제시하고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적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오답률은 67.8%로 3위를 기록했다. EBSi에서 국어 강의를 진행하는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보기의 사례를 지문에서 언급한 내용과 대응시키면서 이해해야 한다”라며 “특히 일반적인 법 요건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외’로 특정 케이스에 적용되는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능 국어, 얼마나 어려울까 = 국어 영역(홀수형)의 20번은 극 중 인물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문제로, 오답률은 50.8%로 6위였다.

최 교사는 “고전 소설을 읽는 방법 중 하나는 인물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같은 인물이라도 지칭하는 표현이 장면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자주 사용하는 인물 지칭 표현을 알아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문제 형식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보기와 표가 제시되어 어려워 보이지만 실상은 ‘인물 간 대화를 통해 내용 이해하기’ 문제일 뿐이다.

작년 기출문제 분석에 따르면, 국어 영역에서 고전소설 관련 문항과 비문학 독해 문항의 오답률이 특히 높았다. 학생들은 고전소설의 어휘와 표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비문학 지문에서는 복잡한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국어, 왜 어려울까 =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이 해마다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다. 수능이 도입된 후 약 30년이 흐르면서 그동안 다뤄왔던 지문이나 작품을 피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난도가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의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이 청소년 교양 도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대학 개론서 수준을 넘어 대학원 수준의 지문이 출제되기도 했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요즘은 비문학 지문에 경제학과 3~4학년 수준의 경제 용어가 등장한다”라며 “법률 분야에서도 민법의 상속 순위, 형법에서는 미수의 종류, 행정법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지문이 나온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지문의 난도 때문에 수능 국어가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어떤 난도의 문제를 만나도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 필요한 과목은 당장 공부를 멈춘다고 해서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성적을 다시 올리기도 쉽지 않다. 모의고사에서 꾸준히 1등급을 받았던 학생이 마음을 놓았다가 정작 수능에서는 몇 등급이 떨어지는 이유다.

국어가 수능 1교시에 치러진다는 점도 학생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한다. 수차례 모의고사로 연습해도 수능 시험장 앞에 서면 머리부터 하얘진다. 실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과 낯선 환경이 주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독해력이 탄탄하지 않은 학생은 정답을 찾기보다 함정을 피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어릴 때부터 독서 훈련을 충분히 거친다면 수능 국어 공부가 조금 수월해질까? 안타깝게도 그저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수능 국어 실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일반 독서는 중요한 경험이지만 문제 풀이를 위한 읽기와는 분명 다르다. 수능 지문에 제시되는 기본 어휘가 어렵고 구조도 압축되어 있어 일상에서 접하는 책처럼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우 경북 포항제철중 교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핵심어의 정의를 구분하고, 복잡한 인과 관계를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라며 “문제를 단순히 많이 푸는 학생보다 선지 분석과 글의 논리 구조를 잘 분석하는 학생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수능 국어는 ‘제한된 시간’에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읽고 출제 의도를 판단해야 하지만 일반 독서는 ‘독자’의 사고 및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라며 “문학 소통의 측면에서 설명하면 ‘효용론’ 관점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능 국어는 문제에 독해의 기준이 제시된다. 작품의 시어, 표현 방법, 등장인물의 갈등 등을 감상하는 ‘내재적 감상’이 필요하고, 보기의 관점을 수용해 작가에 초점을 맞추는 ‘표현론’ 관점과 현실을 잘 반영했는지 살피는 ‘반영론’ 관점을 적용해서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일상의 독서가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다. 책 읽기 습관을 길러 긴 글에 부담이 없고 어휘력, 문맥 파악 능력의 기본기가 탄탄한 학생이라면 성적을 올리기 쉽다. 문제 출제 요소를 정확히 정리한 후, 기출문제 등으로 유형과 문제 접근 방식을 익혀나가면 된다.

또한 최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보면 많은 학생이 모의고사에서 국어 점수가 잘 나오는 순간부터 수학이나 탐구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라며 “하지만 국어는 ‘매일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언어적인 직관을 잃게 되고 다시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요즘 많은 학생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대부분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쇼츠와 릴스 같은 휘발성 강한 영상에 길들면 글을 읽는 행위 자체가 힘들어진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어 수업은 더 어려워졌다. 비문학 지문을 읽을 때 문장은 이해해도 글 전체의 구조 파악을 어려워한다. 어휘력도 부족하고 문맥을 통한 어휘 추론도 버거워한다. 또한 단편적인 어휘로만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문학 작품에 대한 공감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능 국어, 이렇게 공부해라 = 길고 어려워지는 비문학 지문, 글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독해력과 어휘력 부족이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먼저 고1은 국어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은 시기다. 모의고사 지문을 읽고 요약하는 훈련만 해도 충분하다. 단순히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틀린 이유를 찾고 원인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훈련의 마무리는 오답 지문 한 줄 요약과 해설과의 비교다. 내가 제대로 지문을 이해하고 요약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고2~3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히고 반복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분석한 다음,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에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3~5년간 기출된 문제를 통해 개념을 정리하고 기출문제 유형에 기반해 실전 독해력을 키워야 한다.

수능은 시험 범위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고 학습해야 할 개념이 명확하며 EBS 문제에서 50%가 연계되기 때문에 올바른 국어 학습법만 알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일부 학생은 EBS 연계 문제가 EBS 교재에 나온 문제와 동일한 문제일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이는 교재의 문제가 똑같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개념, 제재, 유형, 자료 활용 등이 연계된다는 의미다.

문학은 EBS 교재에 나온 작품의 같은 부분이 출제되거나 소설이나 길이가 긴 연시조 또는 장편 가사는 EBS 교재에 수록되지 않은 부분이 출제되기도 한다. 따라서 수능을 보는 해의 EBS 교재에 등장한 문학작품은 줄거리나 핵심 출제 예상 장면을 정리해야 한다.

최 교사는 “스스로 모두 정리하기는 쉽지 않으니 EBS 강의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라며 “EBS 강의는 교재를 집필한 강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최소한 줄거리를 설명하는 부분만이라도 꼭 챙기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독서 영역은 EBS 교재에서 다룬 제재를 조금 더 확장하고 구체화한 지문을 출제하거나 EBS 교재에서 자세히 다룬 제재의 일부 개념을 끌어와 새로운 개념과 결합해 출제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독서 지문에 제시된 개념이 익숙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기 때문에 EBS 교재로 충실히 공부한다면 문제 풀이 시간이 단축된다.

많은 교사는 국어사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를 공부에 적용하는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김 교사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대충 이런 뜻이겠지 짐작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해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선택 과목은 과목의 특성에 맞는 학습 전략이 필요하다. ‘화법과 작문’은 수능의 세트 구성과 문항 유형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문제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출문제와 EBS 교재 문제를 꾸준히 풀어봐야 한다. ‘언어와 매체’는 출제되는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에 무작정 기출문제를 풀기보다 먼저 ‘개념의 체계’를 분명하게 세운 후, 다양한 문제를 풀며 살을 붙여나가야 한다.

중학생도 수능 국어 대비에 힘써야 한다. 이 교사는 “중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활동 수업을 많이 하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3월부터 학력평가를 보고 수능을 대비한 공부에 돌입하니 학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이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중학교 때부터 설명문, 논설문 등 정보 전달형 글을 읽는 연습을 해두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인문, 사회, 과학 등을 다룬 교양서나 신문 사설, 칼럼을 자주 접하면서 글의 주장과 근거를 살펴보고 글쓴이의 견해를 정리하는 정독을 연습해야 한다. 중학교에서 이뤄지는 토의 및 토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 수능 국어의 추론력, 관점 비교, 보기 분석력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김기수 기자·황혜민 내일교육 기자 hyemin@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