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용담댐 수몰민 35년만에 만난다

2025-04-09 13:00:01 게재

1만2000명 고향 떠나

모으는데 1년 반 걸려

지난 2001년 전북 진안군 용담·안천면 금강 상류에 걸쳐 있는 용담호에 댐이 조성됐다. 담수 면적 31.4㎢, 총저수량은 8억1500만톤으로 전북·충청권 130만명의 생활용수를 감당한다. 저수량 기준으로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에 이어 대한민국 5위 규모다. 1990년부터 시작된 댐공사로 진안 6개 읍·면 68개 마을에 살던 1만2000명 넘는 주민들이 고향을 떠났다. 누군가의 식수를 위해 수대 걸쳐 이어온 삶의 터전을 내준 셈이다.

용담댐 건설로 1만2000여명의 진안 주민이 고향을 떠났다. 진안군이 오는 12일 35년만에 수몰민 첫 만남의 날 행사를 연다. 만남의 날 행사를 알리는 초대장. 사진 진안군 제공

오는 12일 용담 수몰민이 용담 체련공원에서 만난다. 매년 망향탑에서 삼삼오오 모여 호수 아래로 잠긴 마을을 보며 어울리긴 했지만 옛 마을 주민 전체가 모이기는 35년만이다. ‘만남의 날 운영위’를 구성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이들을 모으는데 1년 반이 넘게 걸렸다.

그에 앞서 지난 2023년 진안군의회에서 이미옥 군의원이 ‘진안군 용담댐 수몰민 만남의 날 지원 조례’를 발의해 제정했다. 만남의날 운영위가 매년 4월 두번째 토요일을 만남의 날로 지정했는데 그 첫 행사가 오는 12일 열린다. 진안군과 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후원한다.

운영위에 따르면 첫 만남 행사는 수몰 이주민이 함께 어울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수몰 당시 풍경과 사람을 담은 사진 전시와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한다. 시골장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뻥이요(튀밥집)’, 학창 시절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인생 네 컷’, 멍석에서 펼치는 깍쟁이 윷놀이 코너 등이다. 동행한 가족과 함께 즐기는 캐리커처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솜사탕 만들기 등도 그것. 마을주막, 푸드트럭 등 다양한 먹거리도 준비한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전주 군산 익산 등 150만 시민의 젖줄인 용담호 속에는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며 “각양각색 사연들을 추억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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