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중대시민재해 대상 파악 미흡”

2025-04-09 13:00:04 게재

경실련 249개 기관 전수조사

절반 이상 리스트 제출 안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이 3년이 지났지만 정부부처와 지자체들 중 절반 이상이 ‘중대시민재해(중처법상 일반 시민의 피해를 야기하는 재해)’ 대상 목록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오전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이날 분석발표에 따르면 경실련은 중대시민재해 대상 및 재해발생 현황을 전수조사하기 위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및 해당 정부 부처 등 총 249곳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강원 양양군, 경북 울릉군, 경북 고령군, 충북 청주시, 세종시 등 5곳을 제외한 244곳(98%)이 요청 양식대로 답변했다.

경실련은 기관에서 작성 및 관리하고 있는 대상리스트 자료 제출도 요청했으나 리스트까지 제출한 기관은 119곳으로 전체의 47.8% 수준이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0곳은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은 것.

한편 중처법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 대상은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원료 및 제조물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공중이용시설은 실내공기질관리법 대상 시설과 시설물안전법 대상 시설로 구분된다.

경실련이 부실 답변 기관 20여개를 제외한 성실 답변 기관 230여곳의 자료를 정리한 결과, 기관들이 파악하고 있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은 △공중교통수단 423개 △실내공기질법 대상시설 4324개 △시설물안전법 대상시설 2만5449개 △원료 및 제조물은 8763개로 나타났다.

시설물안전법상 1~3종 시설물은 국토안전관리원의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 및 관리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국토안전관리원이 공개한 등록 시설물의 총 수는 17만8897개다. 시설물안전법 상의 중대시민재해 대상의 수(2만5449개)는 이와 비교하면 약 14.2%에 불과했다.

공중교통수단의 경우 중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5가지 대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관의 공중교통수단 423개 중 승합자동차가 194개, 도시철도차량이 183개, 여객선 39개, 철도차량 7개로 나타났다. ‘항공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29 이태원참사와 최근 발생한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모두 도로에서 시민이 사망했지만,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가 해당하지 않았다. 항공기도 대상에 들어있지 않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같은 일이 반복돼도 중처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지자체 및 공공기관 담당자들조차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상에 대한 파악 및 관리가 매우 미흡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중대시민재해 대상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관리 등에 관한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령 및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실무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중처법이) 재해예방을 위한 내용보다는 처벌근거 마련을 위한 의무사항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실효적인 안전 예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